[김주하의 '그런데'] 줄 건 주셔야죠
1666년 9월, 런던 한 빵집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번져 닷새간 도시 건물 80%를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만 3천 채의 집이 불탔고 당시 인구 8만 명 중 7만 명 이상이 노숙자 신세가 됐죠.
'런던 대화재'로 불리는 이 대재앙을 겪고, 사람들은 일상을 위협하는 사고에 대비해야 할 필요를 느꼈는데, 1681년 런던에 최초의 화재보험 회사가 생긴 건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보험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메리츠화재는 2019년 7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14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금 4천5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보험사들이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약관을 어긴 거죠.
그나마 지급한 것도, 보험약관에서 정한 기한을 최대 438영업일이나 늦춰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DB손해보험은 2019년 8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 26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금 2억 6천2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가입자가 제출한 영수증에 '급여'로 기재된 수술이 성형술에 해당하기 때문이란 것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거짓이었죠.
그런데 메리츠화재엔 과태료 천640만 원에 과징금 500만 원이, DB손보에는 과징금 천400만 원이 부과된 게 답니다.
보험업법에는 과징금 규정이 있는데,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이 아니라 가입자가 내는 연간 보험료의 100분의 50 이하로 기준을 정하고 있거든요. 업계 입장에선 그야말로 껌값이죠. 이러니 보험사는 굳이 제때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보험료를 제때 제때 못 내면 가입자들은 어떻게 되죠? 저렇게 많이 밀리면 보험계약이 해지되고 보장을 못 받는 건 물론, 심지어 내가 낸 보험료의 반의반도 못 건지게 됩니다.
이거야말로 보험사기 아닌가요?
달콤한 보장책으로 가입을 권할 때는 언제고, 정작 사고나 질병으로 앞이 캄캄하고 경황이 없을 땐 잇속을 챙기는 보험사들.
늦게라도 주면 그게 어디냐고요?
돈은 말입니다, 얼마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내가 정말 필요할 때 있는 게 더 중요한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줄 건 주셔야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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