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 '나쁜엄마' 박천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제 이름은 박천이에요. 하늘 천이죠. 하늘처럼 되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어요."
이름을 따라간 걸까. 배우 박천은 밝은 미소로 등장했다. 미소가 꼭 맑은 하늘 같았다. '상추남'이라는 별명에 맞게 상추를 준비했다는 위트도 곁들였다.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하고 싶다며 노트와 펜을 준비한 성실성까지. 그에게서 신인만의 패기가 느껴졌다.
"우선 '나쁜엄마'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사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데뷔작이 '나쁜 엄마'여서 행복하고, 영광이에요."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거듭 말하던 그의 눈이 빛났다. 박천에게 팬들이 많아진 것이 실감나는지 묻자 수줍게 웃었다.
"'나쁜엄마' 방영 전에는 팔로워가 지인들만 있어서 50명 정도였는데, 최근에 확인해 보니 5천 명으로 늘었더라고요. 팔로워 수가 많이 늘어서 그걸로 체감을 조금 하고 있어요. 또 밥을 먹다가 옆 테이블 분께서 '차 대리 아니에요?'라며 알아봐 주신 적도 있고, 헬스장에서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셨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나쁜엄마'에 대한 반응도 종종 모니터링했다고 털어놨다.
"저를 '상추남', 'lettuce boy'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고, 차 대리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재밌고 흐뭇했죠. '유학생인데 차 대리 덕에 힘든 유학 생활을 잘 버티고 있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반응을 확인하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죠. 내가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존재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나쁜엄마' 차 대리, '극한직업' 공명을 참고했죠
박천과 차 대리의 첫 만남은 '어려움' 그 자체였다. 진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캐릭터 구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도 차 대리와 성격이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보며 캐릭터 연구를 이어갔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친구가 있어요. 차 대리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죠. 그 친구를 보면서 연구했어요. 또 영화 '극한직업'의 '재훈'에게서도 소스를 얻었어요. 공명 선배의 연기를 참고했죠."
모든 장면에 최선을 다했지만, 박천은 잎을 틔운 상추를 보며 기뻐하던 장면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박천에게 첫 별명을 안겨 줬다.
"저를 상추남으로 만들어 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연기가 조금 마음에 들긴 했었거든요.(웃음) 이 장면을 위해서 소 실장(최순진)이랑 촬영 전에도 여러 번 맞춰봤어요. 함께 고민을 많이 했죠."
데뷔작인 만큼 긴장도 자책도 많았다. 배우 이도현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며 다독였다. 박천은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촬영을 할 때 기본기도 부족한 내가 이 작품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도현 선배께서 먼저 다가와서 '고민되는 거 있어?'라고 물어봐 주셨죠. 걱정들을 털어놓으니 선배께서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 앞으로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런 말을 그때 처음 들었는데요, 덕분에 더 열심히 촬영했어요."
연습생 기간 4년, 낙방이 자극제였어요
타고난 연기자였던 걸까. 박천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순간이 꼭 드라마 같았다. 중학교 졸업 무렵 박천은 배우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엄마 몰래 한림예고에 원서를 썼다. 준비된 것이 없으니 면접장에서도 대본만 읽었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대신 남들보다 노력해야 했다.
"제가 끼가 정말 없어요. 처음에 선생님들께서 '연기해 봐', '춤 춰봐'라고 하셨을 때 아무것도 못했어요. 자책도 많이 했고 이 길에 대한 확신도 없어졌어요. 그때 선생님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차근차근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연기가 꼴등이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의 3~4배는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1등으로 졸업할 수 있었어요."
'나쁜엄마'로 데뷔하기까지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던 박천. 수많은 낙방이 있었지만, 좌절할 시간에 이를 악물고 달렸다.
"배우 연습생을 시작하면서 앞만 바라봤던 것 같아요. 데뷔라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연기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도 열심히 했죠. 오디션에 낙방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세상은 너무 넓고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하지만 덕분에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어요. 탈락을 자극제로 삼았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도 정말 많이 했어요. 고깃집, 카페, 식당, 편의점, 배달 등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에요."
진심 느껴지는 배우가 될게요
박천은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다. '배우는 똑똑해야 한다'는 조언에 선택했다는 전공이다. 대학 동기들의 응원에도 힘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요즘엔 혼자 카페 가서 책을 읽을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도 있어요. 일기를 자주 쓰는데요, 항상 겸손하게 연기하자, 좋은 사람이 되자, 더 발전하자, 이런 다짐들을 많이 써요."
끝으로 올해 목표에 대해 묻자 박천의 눈이 다시 빛났다. 두 눈에 맑은 하늘이 담겨있었다.
"차기작이요.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계신다면,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잘 보여드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눈만 바라봐도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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