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의 공사비 교훈…검증 아닌 중재로 풀어라 [부동산360]
전문기관 신설 및 기존 조직 역할 강화 요구돼
증액 요건 명확화 통해서도 분쟁 줄어들 듯
친환경 규제 리스크도 부상…지원 강화돼야
[헤럴드경제=고은결·박자연 기자]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분쟁은 결국 정비사업 지연 및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 사업 기피 움직임을 보이면 향후 원활한 주택 공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 등 통제 불가능한 대외환경 속에서 현재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전국 정비사업지의 혼란은 더욱 커져가는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 공사비 관련 전문 중재기구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공사비 증액 요건 명시를 의무화하는 노력 등이 시급기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건설 분쟁과 관련해선 건축분쟁전문위원회, 대한상사중재원 등 다양한 중재 기관이 있다. 다만 공사비 분쟁 발생이 잦고 유형도 다양한데 관련 데이터가 통합 관리되거나 전담하는 기관은 부재하다. 현재 협의 단계에서 해결되는 대부분의 건설 분쟁에 대한 자료는 접근조차 난해하고, 조정 및 중재·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이에 도시정비사업에서 공사비 분쟁은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지리한 소송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대표 사례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다. 해당 사업장은 1조원 이상 증액된 공사비와 관련해 일부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고, 나머지 증액분은 사법 판단이 필요하거나 자료 불충분 등으로 당사자 간 협상 몫으로 넘겼다. 현재 부동산원은 중재·판단기구가 아닌 ‘검증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원의 역할 확대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별도 전문분쟁기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관련 조정기구로 건축분쟁전문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건축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 간 분쟁 위주로 조정하는 역할”이라며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 조정을 맡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쟁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경제 환경과 연관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원자재 공급업계, 금융기관, 건설업계 등 각계 관계자·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분쟁전문기관의 역할로는 현재 정부 부처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분쟁조정 기구의 규약을 통일하고, 관련 제도·정책·기술과 데이터를 관리하며 실효성 있는 조정을 이뤄낼 것이 요구된다.
정부는 전문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하되 기존 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방법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있는데, 해당 위원회는 현재 공사비 분쟁을 다룰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역할이 한정적”이라며 “해당 위원회의 분쟁조정 판결은 재판상 1심 판결 효과가 있어, 위원회 역할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분쟁 조정기구의 역할 강화 외에는 증액 요건 명확화가 분쟁을 줄일 방안으로 여겨진다. 국토부는 공사비 증액과 검증에 대한 내용이 공사 도급 계약서에 명확히 포함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원 공사비 검증은 제도적으로는 신청 가능할 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계약서 원칙대로 하거나 쌍방 합의가 최선”이라며 “분쟁이 공사비 증액 요건이 명확하지 않았던 사례에서 부각되므로 국토부가 이를 명확히 할 경우 향후 체결되는 계약 건에서는 분쟁 요소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제력 있는 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민간 계약을 공공이 무조건 강제·감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공사비 인상요인 뿐만 아니라, 제로에너지빌딩(ZEB) 등 친환경 관련 규제 역시 앞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한 축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민간 건축물에 ZEB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ZEB 인증 의무화 적용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조성할 때 공동주택 공사비는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두삼 건설환경공학부 성균관대 교수는 “ZEB은 당초 제도 도입 당시 정부에서 인센티브로 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는데, 얼마나 보전이 되는지는 명확한 게 없는 상황”이라며 “보전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사비 반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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