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단전·단수 예고장” 전세사기 피해자 실질대책 호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A 씨는 요즘 6층 집을 오갈 때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A 씨는 지난 4월 수영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다.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 모인 피해자 1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발족을 발표하며 사기 피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특별법 시행됐지만 일상 여전
- 집주인 잠적… 승강기도 못 타
- ‘계약 잘 봤어야지’ 비난 받으며
- 피해 인정받기 위해 증명 계속”
- 평균 보증금 9900만 원 달해
- 173명 중 50% 올해 계약 만료
- 하반기 피해자 더 늘어날 전망
부산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A 씨는 요즘 6층 집을 오갈 때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가뜩이나 고장이 많던 건물 엘리베이터는 얼마 전 집주인이 잠적하면서 최소한의 관리조차 없어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A 씨는 “한 이웃은 출근할 땐 계단으로 내려가고 퇴근할 땐 엘리베이터를 탄다. 혹시나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구해줄 관리자도 없는데 출근길에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A 씨는 지난 4월 수영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다. 최근 A 씨와 주변 세대 현관문에는 관리비 체납에 따른 단전 단수 예고장도 나붙었다.
지난 2월부터 부산에서도 잇따라 터져나온 전세사기와 관련, 부산지역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밝혔다. 2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 모인 피해자 1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발족을 발표하며 사기 피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포함한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에 참여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78명이다.
발언에 나선 피해자 B 씨는 “저를 포함한 60여 명의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만 30세다. 모두 2년 전 나라에서 장려했던 디딤돌 중소기업 지원 대출 등을 통해 전세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임료 부담에 고소 진행을 못 한 사람도 있고, 다들 사회초년생으로 회사 눈치 보느라 대책 간담회 참석조차 힘들다. 수사 상황 공유도 안 되고 관리비 내기도 힘들다”며 당장 닥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피해자로 인정받고 싶은 피해자”라며 “돈을 빌릴 당시 수많은 서류를 준비했고, 심사 통과 후 대출받은 금액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지금은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제 피해를 또다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상황의 공통점은 임차인에게만 증명을 요구하고, 임대인에겐 아무런 처벌이 없다는 점”이라고 분노했다. 앞서 부산진구 양정동 오피스텔 피해자 60명은 전날 정부로부터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국제신문 29일 자 8면 보도)받았다. 이날 기준 부산에서 피해자 신청을 한 사람은 440명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다음 달 1일로 한달이 되지만 까다로운 절차 탓에 피해자로 인정받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D 씨는 “근저당권 후순위인 대다수의 피해자는 ‘제대로 보고 계약하지 그랬느냐’는 비난을 받아가며 피해를 인정받기 위해 계속해서 증명하고 있다.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우리 일상은 아직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올 하반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 결성에 참여한 부산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가 피해자 17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약시기는 2021년이 49.1%로 가장 많았다. 2년 계약 만료가 올해 순차적으로 도래하는 것이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와 30대가 94.2%, 피해지역은 부산진구가 32.9%로 가장 많았다. 건물 유형은 오피스텔이 67.1%로 가장 높았고, 보증금액 평균은 9900만 원이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