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쌍용C&E 하청 중장비 기사 ‘불법파견’…직접고용해야”

김지환 기자 2023. 6.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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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제조업체 쌍용C&E에서 중장비 운전 업무를 하던 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1월27일 항소심 승소 소식을 접하고 서울고등법원 재판정 밖에서 끌어안고 울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쌍용양회지회 제공

국내 최대 시멘트 제조업체 쌍용C&E에서 중장비 운전 업무를 하던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인 쌍용C&E 소속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쌍용C&E가 불법적으로 하청업체로부터 노동자 파견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대법원은 29일 하청업체 소속 박준철씨 등 14명이 쌍용C&E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최종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불법파견 관계라고 본 항소심을 유지한 것이다.

1심은 하청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관계라고 보고 1심을 뒤집었다. 파견법은 사업주가 파견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씨 등은 2년 이상 근무를 했기 때문에 원청 노동자라는 판단이다.

쌍용C&E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중기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이후 외주화된 중장비 운전 업무는 ‘쌍용동해중기전문’이라는 하청업체가 맡게 됐다. 하청업체 소속인 박씨 등은 쌍용C&E 동해·북평공장에서 중장비로 운송한 원료를 호퍼(유연탄·석회석 등 원료를 저장하는 깔때기 모양의 용기)에 공급하는 업무를 해왔다.

원청의 업무 지시·명령이 있었는지,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등은 파견 여부 판단 시 중요한 쟁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청 노동자들이 중기운전업무를 할 때 시멘트 제조 과정을 전체적으로 통제·관리하는 원청 직원들의 구체적 업무 지시·명령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 등은 원청에 직접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을 해 실시간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며 “원청 직원들은 호퍼 안에 원료 등이 충분히 적재돼 있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들에게 (원료) 투입이 필요한 호퍼와 투입할 원료의 양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중기운전업무가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중기운전업무는 시멘트 생산 공정과 기능적 측면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해당 업무는 시멘트 생산 공정의 소요 시간, 작업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원·하청 노동자들이) 분업적 협업관계를 통해 시멘트 생산 업무를 공동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운전업무에 필수적인 설비가 원청 소유이며 중장비 관리비용도 원청이 부담했다는 점도 파견이 인정된 근거 중 하나였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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