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나치게 낮은 '영아살해' 형량 현실화해야

경기남부경찰청. 사진=연합뉴스TV

경기도 수원에서 자신의 아기를 2명이나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사건은 2000년 초 서울의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인이 당시 자신이 낳은 아기 2명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만큼이나 엽기적이다. 경찰은 30대 친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지난 23일 구속했는데,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영아살해' 혐의다.

영아살해죄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에 산모가 저지른 영아살해에 대해 적용이 가능한데,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범행을 과연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을 불렀다. 일반 살인죄보다 가벼운 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영아살해죄를 적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29일 방침을 바꿔 친모에게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형법상 영아살해죄(형법 251조)의 형량은 살인죄보다 낮다. 일반 살인죄(형법 250조)는 사형 무기 혹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영아살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형의 상한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빈곤 등으로 양육 여건이 어렵다거나, 성폭행 등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출산 등 여러 정상이 참작되면서 상당수 피의자가 1-2년형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실정이다. 대전지방법원에서 '영아살해'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형이 선고된 사례는 모두 4건인데, 이 중 3건은 징역 2년 이하였다.

영아살해죄는 지난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돼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6·25 전쟁 직후 양육하기 곤란했던 사회상을 반영해 제정된 규정이 70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아살해죄 규정을 만들어 형량을 감경해 처벌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영아살해죄를 보통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리하거나 최소한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사회 변화를 감안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형량을 현실화해야 한다. 범행 동기도 꼼꼼히 살펴 정상 참작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영아살해죄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인명 경시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