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멜론·딸기로 탐스레 영그는 두번째 인생

박하늘 기자 2023. 6.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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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천안바농팜', 재구매율 높은 멜론 맛으로 승부
'딸기포레스트', 대규모 최신 시설서 딸기 수확·가공 체험 인기

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희망을 일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충남의 귀농귀촌인은 2020년 4만 8893명에서 2021년 5만 5760명으로 14% 증가했다.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명벤처로 도약하고 있는 충남도내 15개 시·군의 귀농귀촌인들을 매주 한 차례씩 조명한다. 각 시·군의 귀농귀촌 지원 사업 정보도 모아 소개한다.

'천안바농팜' 박종호·홍선의 대표. 사진=박하늘 기자


◇친환경 멜론 기술자로 거듭난 귀농인 부부 '천안바농팜'=천안 수신면 멜론은 천안의 자랑이다. 당도가 높고 껍질과 과육이 부드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멜론은 여름이 들 무렵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딱 한 달 간 수확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무더운 여름, 입안 가득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이 터지는 멜론은 다른 지역 멜론과 맛이 다르다. 수신에선 가을에도 멜론이 나온다. 그 맛도 일품이다. 과일은 같은 품종이라 할지라도 키우는 농부에 따라 맛이 다르다. 멜론의 명성만큼 수신에는 멜론 기술자가 많다. 수신에서 '천안바농팜'을 운영하고 있는 6년차 귀농인 박종호(57)·홍선의(52) 부부는 "농사일이 이제야 익숙해졌다"고 했다. 부부는 친환경농법으로 멜론을 키우고 있다.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단단해진 이들은 수신의 멜론 기술자로 거듭나고 있다.

박종호·홍선의 부부의 천안 성환읍에서 나고 자랐다. 부부는 성환을 떠나 직장이 있는 울산에서 오랫동안 지냈었다. 처음 귀농을 결심한 것은 박종호 씨 였다. 자동차 부품회사를 다녔던 박 씨는 퇴사 전부터 귀농을 준비했다. 퇴직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때가 이르면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농사일에 매력을 느꼈다. 회사가 쉬는 날마다 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인터넷 정보 탐색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퇴직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귀농에 착수했다. 배우자인 홍선의 씨는 귀농을 반대했다. 농사일이 힘들고 수입도 정기적이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박 씨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친환경 농업을 지향하는 농업인들과 모임을 하며 농사에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친환경 농법과 멜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씨의 귀농 첫 해, 때마침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천안시농업대학에 멜론 과정이 신설됐다. 그는 1년 간 농업대학에서 농사기술과 경영을 배웠다. 수신면의 베테랑 농업인과 선진지를 방문하며 눈과 손으로 멜론을 익혔다. 또 친환경 농업인 모임에서 만난 멜론 영농인 밑에서 1년간 무급으로 일하며 농사를 익히기도 했다. 이후 박 씨는 천안에 자리 잡았다. 친환경 농업인들과는 같이 영농조합법인 '우리친환경'도 설립했다. 박 씨의 열정에 홍선의 씨도 마음을 열었다.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자 울산 생활을 정리하고 천안으로 합류했다.

농사는 처음부터 어려웠다. 처음 겪은 어려움은 일손이었다. 박 씨가 멜론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시설작물이어서 가족 도움 없이 혼자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순치기 때만 일손이 있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농사일에는 모든 곳에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홍 씨가 농사를 도우며 시름을 덜었다. 가장 큰 시련은 2020년 수해였다. 추석 출하를 앞둔 가을 멜론들이 모두 물에 잠긴 것이다. 부부는 경제적 피해는 물론 자식같은 멜론을 버려야 하는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판로도 쉽지 않았다. 다 큰 멜론을 도매시장에 가져갔지만 들인 비용과 노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값이 매겨졌다. 지금도 코로나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지 않아 일손이 부족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부는 점차 성장했다. 멜론 맛을 자신한 부부는 지인에게 멜론을 선물하고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팔면서 멜론 맛을 들였다. 멜론 맛을 본 사람들은 이듬해 다시 멜론을 찾았다. 이윽고 입소문을 타며 여기저기 주문이 들어왔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를 직접 개설해 새로운 판매 루트도 뚫었다. 이제는 시설 6동에서 나오는 멜론은 모두 팔아치울 정도가 됐다. 천안바농팜의 멜론은 벌을 이용해 자연수정하고 있다. 바농팜 멜론에는 친환경 마크가 붙어서 나간다. 요즘에는 부가가치를 위해 멜론 피클이나 멜론 청을 개발하고 있다.

박종호·홍선의 씨는 귀농을 위해선 충분한 자본과 시간,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부는 "3년은 수입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여유 자본을 마련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딸기 포레스트' 이동천·정교선 대표. 사진=박하늘 기자

◇독일계 기업 대표에서 딸기 스마트팜 대표로 '딸기포레스트'='딸기포레스트' 이동천 대표(59)는 2년 차 새내기 귀농인이다. 4년 전 그는 천안에 소재한 독일계 자동차부품 회사의 대표이사 였다. 서울에서 자란 그는 2007년 회사가 천안에 공장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천안에 내려와 살게됐다. 한 평생 직장인으로 살던 이 대표는 2019년 퇴직 후 '인생의 2막'을 고민했다. 그는 "언젠가 퇴사를 하면 귀농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막상 직장을 다닐 때는 준비를 못했다. 퇴사 후 많은 길을 찾았고 결론적으로 귀농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농사일을 도와드릴 때마다 들은 장인어른의 '손이 야무지다'는 칭찬은 그를 더 고무시켰다. 여러 고민을 하던 그는 남녀노소 좋아해 소비층이 다양하고 수출에 유리한 딸기로 귀농을 결정했다. 천안에선 생산부터 가공, 체험까지 6차 산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결심을 굳힌 이유가 됐다. 결국 그는 제2의 고향 천안에서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이 대표는 퇴직 1년 후 2020년부터 본격적인 귀농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농림부의 농업교육포털에서 온라인 교육도 수강하고 단기 합숙교육도 받았다. 1년 반 동안 아산과 아산의 딸기농장들에서 무급으로 농사기술을 배웠다. 새벽 4시에 농장에 출근하며 농사꾼의 생활패턴으로 몸을 적응시켜 갔다. 귀농을 위해선 판단할 것도 많았다. 토지, 지역선정, 시설, 냉난방 시설 선정 등 의사 결정할 것이 많았다. 더욱이 일찍부터 스마트팜을 염두에 뒀기에 준비할 사항이 끝이 없었다. 그는 부인 정교선(52) 씨와 함께 차근차근 계획을 짜고 한걸음 한걸음 실행에 옮겼다. 농촌에 녹아들기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을 했다. 부부는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지역 문화원을 다녔고 맛보라며 키운 딸기를 돌리기도 했다.

치밀한 준비 끝에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천안 성환읍에 딸기 포레스트를 열었다. 935평 규모의 이 농장은 딸기 재배시설과 체험장, 카페, 관리동, 창고를 꾸리고 있다. 재배시설에는 ICT기술이 접목된 이동형베드가 설치됐다. 이 시시러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일반 시설에 비해 40%나 높여준다.

딸기 포레스트에게 코로나19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됐다. 펜데믹으로 외국에서 유학을 하던 자녀들이 귀국해 이 씨의 농장 일을 거들게 된 것. 아들 이중현(26) 군은 농장과 체험시설을 꾸리는데 손을 보탰다. 딸 이정현 (24)양은 딸기 포레스트 만의 로고를 만들고 농장과 체험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홍보했다. 또 적극적으로 정부의 지원사업에 신청하며 농장에 보탬이 되는 일을 벌였다. 특히 온라인 홍보가 주효했다. 농장 오픈 3개월 전부터 홍보 콘텐츠를 올리고 피드 광고도 했다. 9월부터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하루에 50명 씩 참여자들이 찾아 들었다. 체험을 마친 사람들은 딸기 한 상자 씩 들고 갔고 곧 재구매로 이어졌다. 딸기 포레스트의 딸기는 농협 로컬푸드 매장과 직판으로 전량이 소진되고 있다.

이 대표는 귀농에 만족하고 있다. 귀농의 매력에 대해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농사를 하게 되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며 "허락하는 한 80세에도 할 수 있. 정년을 주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딸기 마이스터와 수출농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내년 딸기 마이스터에 입학할 생각이다. 마이스터 인증을 받으면 귀농으로 딸기를 하는 분들을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천안농업기술센터에서 모범사례로 귀농인들이 방문한 적 있다. 계속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딸기 수출 농가가 되려한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인의 길라잡이 천안시농업기술센터 농업대학

[천안]천안시농업기술센터(소장 최종윤) 농업대학이 귀농귀촌인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시작된 농업대학은 지역 핵심 품목의 최정예 전문농업 CEO 양성과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매년 품목을 바꾸어 개설되며 기초부터 완성까지 종합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과정은 약 8개월 간 진행되며 이론, 실습, 현장 교육에 이르기까지 재배 기술 전반을 배울 수 있다. 생산 뿐 아니라 농산물 가공 기술과 자격증 취득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오후와 저녁시간에 배치해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농업에 처음 뛰어든 귀농인들에게 농업대학은 실제적인 기술을 배우며 지역 농업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준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농업대학 외에도 귀농귀촌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가 운영 중인 귀농지원센터는 귀농귀촌 예정자에게 전문 상담을 제공하며 기초 영농기술교육을 지원한다. 귀농 5년 이내 또는 만 40세 미만 청장년층에게는 선도농가와 연계해 현장실습을 지원하며 농가와 교육생에게 별도의 실습비도 지급한다.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3년 미만인 청년 농업독립경영인에게는 최장 3년간 월 90~110만 원의 영농정착자금을 지원한다. 또 희망자에 한해 후계농육성자금 신청도 연계한다. 후계농육성자금은 만 50세 미만 18세 이상인 영농경력 10년 이하인 농업인에게 최대 5억 원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자금이다. 농업과 축산에 유용한 미생물을 무료로 제공하며 농사에 적합한 토양인지 토양검정도 무상으로 진행해 준다.

센터는 스마트팜 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장한 1302㎡ 규모의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교육장은 귀농인을 비롯한 지역 영농인 스마트팜 기술보급의 중추가 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귀농 결심에 촉매가 되고 있다. 센터는 스마트팜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기술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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