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뇌출혈 방치 사망' 국토연 前 부원장 징역 8년 확정

"사망 가능성 인식에도 방치…미필적 살해 고의 충분"

대법원 전경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집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내연관계의 여직원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토연구원(국토연) 부원장이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국토연 부원장 A 씨의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2019년 8월 밤 11시쯤 자신의 거주지인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연관계 직원 B 씨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다. 그는 쓰러진 B 씨를 3시간이 지난 후에 밖으로 데리고 나와 자신의 차량에 태워 약 4시간 동안 방치했다. 이후 A 씨는 B 씨를 뒤늦게 병원 응급실에 데려갔지만 결국 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 씨가) 집 안에서 구토한 뒤 의식을 잃고 코를 골았다는 A 씨 진술로 미뤄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을 못 했을 가능성이 있고, 구호 조처를 안 한 행위와 B 씨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피고인이)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옮겼더라면 살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사망의 결과를 초래했다"며 "내연관계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은폐하려 하는 등 미필적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징역 8년을 선고했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