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강행 초읽기…與는 '필리버스터' 맞불
재계·정부 우려 표명…尹 '3호 거부권' 유력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야당이 30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에 긴장이 더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세에 맞서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 이후 1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검토하고 있으며 대통령실은 여당과 함께 '3호 대통령 거부권'을 준비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안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함께 노란봉투법을 30일 본회의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민정(勞社民政)이 상생하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법"이라며 노란봉투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본회의에서 이 법이 반드시 부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며 법안 추진 의지를 다졌다.
노란봉투법은 현행법상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배소 남용을 제한(부진정연대책임 금지)하는 법이다. 지난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내린 47억의 손해배상액 청구 판결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했다.
야권은 최근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유사한 판결을 내린 것도 법안 통과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조합원의 연대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노조와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조합원의 개별 책임을 강조했는데 이는 노란봉투법과 사실상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야권에 의한 노란봉투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와 정부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는 29일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서한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우려가 큰 개정안 입법을 재고해달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통과 가능성에 대비해 '필리버스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버스터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수단으로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를 강행할 당시에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방해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는 '회기 쪼개기' 전략을 사용해 강행을 막진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더는 야당의 입법독주에 속수무책으로 방관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필리버스터를) 추진하고 있다"며 "야당이 법안 상정 후 표결까지 강행한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여당 국회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30일 필리버스터가 실시될 가능성은 낮다. 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부의 표결'(본회의 상정 여부 동의)만 진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상정 후 표결'은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에 따르면 부의 표결만 자동으로 가능하고 상정은 여야 협의나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정이 필요하다"며 "저희 입장은 상정을 바로 하기보다는 법안에 대해서 여야 간 좀더 협의하는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당 역시 부의 표결까지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대비해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은 '3호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은) 기존의 법들을 마치 지키지 않아도 되는 듯한 취지의 입법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도 남겼다.
여권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야당이 여당과 협의도 없이 강행하는데 대통령께서 가만 보고계시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며 "때가 오면 여지없이 (거부권 행사를) 결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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