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꿈꿨던 부산양서협동조합…결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KBS 부산] [앵커]
부마 민주항쟁의 배후라며 1970년 말, 계엄 당국이 강제 해산했던 부산양서협동조합을 기억하시나요?
36년 만에 부활했던 조합이 다시 해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지역의 새 독서 문화를 꿈꿨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세월을 따라가기에는 힘에 겨웠습니다.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1980년대 독서모임을 하던 대학생과 교사 등을 불법으로 잡아 가두고 간첩 사건으로 꾸며낸 이른바 '부림사건'.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변호인' 중 : "이 사건은 온통 엉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좋은 책 읽기 모임은 그냥 독서모임일 뿐입니다. 책살 돈 모자란 학생들이 책 돌려보고 토론하고 자기들 공부한 거 야학 열어서 나눠주고 잘했다고 박수 칠 일이지요."]
이 사건으로 구속됐던 대부분이 부산양서협동조합 회원들로, 1978년 창립한 조합은 이듬해 군사정부로부터 강제해산을 당했습니다.
당시 양서협동조합이 있던 이곳 보수동 책방골목엔 지금도 그 흔적을 기리는 알림판이 이렇게 남아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다른 지역 양서협동조합 설립에도 영향을 끼친 부산양서협동조합을 되살리자는 움직임 끝에 2015년 조합은 재창립했습니다.
강제해산된 지 36년 만입니다.
88명의 조합원으로 다시 문을 연 양서협동조합에는 210명이 넘는 조합원이 모였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에다 독서 문화의 변화, 거기에 더해진 코로나19 여파까지.
대부분 50대를 넘긴 조합원들은 조합을 계속 꾸려가긴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정란/부산양서협동조합 이사장 : "젊은 친구들이 양서협동조합에 애정을 가지고 만약에 들어왔더라면 또 달라졌을 거라고 봐요.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부산양서협동조합에, 또 협동조합이란 거에 관심을 잘 갖지 않죠."]
재창립 후 7년을 이어온 부산양서협동조합은 오는 8월 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갑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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