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 수술로 사경 헤맨 4살, 의사들 응급치료 거부로 숨져

- 부모에 제대로 안 알린 집도의
- 다른 환자 핑계 댄 당직의 등
- 검찰, 과실치사 혐의 5명 기소
- 양산부산대병원 법인도 재판행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뇌사 상태에 빠져 병원을 전전했지만 응급치료를 거부당하고 끝내 숨진 김모(2020년 사망 당시 만 4세) 군 사건 관련 의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군의 뇌손상이 시작될 당시 병원 측이 응급조치를 했더라면 소생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병원에도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29일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에 따르면 검찰은 김 군의 편도절제술을 집도한 양산부산대병원 30대 전문의 A 씨 등 의사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병원 법인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군은 2019년 10월 4일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출혈이 발견됐다. A 씨는 정확한 출혈 부위를 찾지 못했고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지짐술)했다. 그러나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의무기록에 남기지 않았고, 집중 관리가 필요함에도 부모에게 유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채 김 군을 퇴원시켰다.

김 군은 퇴원 이튿날인 10월 7일 상태가 악화돼 부산의 다른 병원에 입원했으나 9일 새벽 1시45분 각혈을 했다. 당시 야간 당직을 맡은 전문의 B 씨는 다른 병원 소속인 대학후배 C 씨에게 근무를 맡기고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B 씨는 김 군의 상태를 유선으로 듣고 전원 결정을 내렸고,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C 씨 역시 응급조치를 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1시51분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김 군은 이미 뇌손상으로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은 김 군을 이송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두 차례 응급의료 요청을 했지만, 소아응급실 당직의 D 씨는 심폐소생 중인 다른 환자가 있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병원에 소생이 필요한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김 군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고 연명치료를 하다 이듬해 3월 11일 숨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월 울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보완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김 군을 담당한 전공의 E 씨가 다른 당직 의사의 아이디로 접속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