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편집숍 같네” 호텔 밖 옷가게·식료품점 만든 ‘아난티’

김은영 기자 2023. 6. 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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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넘어 시간을 소비하는 공간 아난티 13개 ‘이터널저니’ 운영... 年 매출 70%씩 신장
내달 부산 빌라쥬 드 아난티에 이터널저니 스트리트 마켓 공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난티 앳 강남 인근에 문을 연 '이터널저니 강남'. /김은영 기자

지난 29일 서울 강남 논현동 아난티 앳 강남. 호텔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100여 미터 정도를 걸어가니 6층짜리 작은 건물이 보였다. 아난티가 지난 20일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다.

이곳에는 식료품점과 패션, 생활용품, 도서 등을 판매하는 편집숍, 사퀴테리와 와인을 파는 비스트로, 소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라운지 등이 조성됐다.

호텔 하면 으레 떠오르는 지하 아케이드의 명품 매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 디자이너와 공예 작가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과 장신구 등이 진열돼, 마치 한남동이나 성수동에서 볼 법한 편집숍 같았다. 호텔 유니폼을 입은 매장 직원들의 환대를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난티는 이터널저니와 함께 오는 8월 논현동에 완공할 신사옥에 레스토랑과 회원 전용 라운지 등을 추가해 일대에 ‘아난티 타운’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아난티가 호텔 밖에 유통 문화 공간을 만든 이유는 투숙객들의 요구 때문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이다 보니 내부 콘텐츠보다는 주변 볼거리들을 안내하는 식으로 운영했는데, 실제 투숙객들의 니즈(요구)를 들어보니 내부에서 조용히 휴식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려는 요구가 컸다”며 “호텔 내부와 주변을 탐험하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터널저니 강남' 6층에 있는 회원 및 투숙객 전용 라운지. /김은영 기자

이터널저니는 서점과 편집숍, 레스토랑, 식료품점, 카페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2017년 부산 아난티 코브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남해(2018년), 가평(2020)에 이어 올해 서울 강남에 문을 열었다. 지난 4월에는 이터널저니 온라인 쇼핑몰도 출범했다.

기존 호텔이 투숙객을 대상으로 부대시설을 꾸리고 침구, 어메니티(편의용품), 제과 등 기존 사업장의 상품을 기념품(굿즈)으로 만들어 파는 것과 달리, 아난티는 이터널저니라는 자체 유통 브랜드를 만들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숙박 공간을 넘어 시간을 소비하는 공간을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다.

여성 편집숍 ‘살롱 드 이터널저니’, 남성 패션을 취급하는 ‘코발트 바이 이터널 저니’, 아동 편집숍 ‘크레용 드 이터널저니’, 식료품점 ‘모비딕 마켓’ 등 카테고리별로 브랜드도 세분했다. 현재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책’을 매개로 한 콘텐츠가 눈길을 끈다. 아난티의 모든 객실과 이터널저니의 공간 곳곳에는 디자인,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이 비치됐다.

첫 매장인 아난티 코브 이터널저니의 경우 공간을 대형서점 형태로 꾸미고, 작가와의 만남, 심야 책방 등 고객 참여 콘텐츠를 선보여 부산의 변두리 기장군에 위치한 아난티 코브를 핫플레이스(명소)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터널저니 강남' 내부. 아난티가 엄선한 식료품,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한다. /김은영 기자

이터널저니를 담당하는 서민정 이사는 “온라인 몰만 해도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릴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며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아난티만의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손안의 아난티’를 만들기 위해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터널저니는 2020년 이후 연평균 70%씩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부산 아난티 코브에 연 식료품점 ‘모비딕 마켓’의 반응이 좋다.

서 이사는 “기존에 있던 편의점 계약이 만료돼 직접 브랜드 감성을 녹인 식료품점을 선보이게 됐다”며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해 반응 좋다. 편집숍 중 매출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다음 달 부산 기장에 개관하는 빌라쥬 드 아난티에도 더 진화한 이터널저니가 공개될 예정이다. 총 5289m²(약 1600평) 규모로 자체 편집숍 외에 패션, 뷰티, 반려동물, 식음 등 외부 업체 15개를 입점해 스트리트 마켓 형식으로 선보인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카시나’와 성수동의 인테리어 소품 매장 ‘사무엘스몰즈’ 등이 입점을 확정했다.

탄탄한 브랜딩을 갖추다 보니, 이터널저니와 협력을 원하는 유통사들도 많다. 아난티 관계자는 “첫 매장을 열 때부터 외부 유통사에서 들어와 달라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아직은 아난티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본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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