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철학 공유 ‘尹心 차관’ 통해 부처 장악… 개혁 고삐 죄기 [윤석열 정부 첫 개각]
인사청문서 야권에 주도권 상실 우려
정치적 타협보다 소신대로 단행 평가
여권, 정부 관료들 비협조 심각 인식
대통령실 비서관 투입해 경고 분석도
외부 차관 투입 부처들 분위기 뒤숭숭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급인 통일부 장관과 권익위원장과 함께 11개 부처 12명의 차관 교체 인사를 발표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통령실 비서관이 부처 차관으로 가는 건 일반적인 수순”이라며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을 얻기 위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부처를 이끌어 줬으면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표 국정운영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장관 교체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실 참모를 대거 내려보낸 대안 조치로, 일부 부처에선 장관보다 차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며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부처 간 공조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대통령실에선 기대하고 있다.
외부 차관이 투입된 부처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통일부 장·차관에 외부 인사가 기용된 것은 ‘부처 역할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 내정자는 외시 22기로 공직에 입문한 외교관 출신이다. 이번 인사는 통일부 업무가 남북관계보다는 북핵, 인권 등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더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신임 차관으로 한훈 현 통계청장이 임명되면서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각 부처 요직을 차지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내부에선 “차관 자리까지 기재부에 뺏겼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이 차관으로 가게 된 해양수산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인사를 두고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주 최대 69시간 유연화’의 근로시간 개편안 이후 노동개혁의 추진 동력이 한풀 꺾였다는 평가 속에 신임 차관이 고용부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의 차관행이 결정된 환경부도 차관은 주로 내부 출신 인사들이 맡아 온 점에서 조직 사기 진작과 내부 승진 적체 등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특히 환경부는 대통령실이 산업부와 함께 전 정부 인사들의 농단과 복지부동이 심각한 부처로 지목했던 곳인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 내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영주 외교부 2차관 내정자는 외무고시 22회로 첫 여성 외교부 차관이다. 비고시 출신 장관으로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있지만 외시 출신 여성으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진출했다.
이현미·홍주형·권구성·이민경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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