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에 보복 근거' 국내법 만들었다.... 내달 1일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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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조치에 맞불을 놓기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이하 대외관계법)을 다음 달 1일 시행한다.
서방의 대(對)중국 제재에 대한 반격 조치를 정당화하는 법으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보복 근거법'이다.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반격·제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33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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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법, 국제법보다 우위' 원칙 처음 명시
개정 반간첩법도 시행... 외국 기업 위축 우려
중국이 자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조치에 맞불을 놓기 위한 법적 근거를 담은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이하 대외관계법)을 다음 달 1일 시행한다. 서방의 대(對)중국 제재에 대한 반격 조치를 정당화하는 법으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보복 근거법’이다.
29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제14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제3차 회의에서 대외관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SCMP는 “외국의 제재에 맞서는 베이징의 최신 무기로, (공산)당의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춰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외교관계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중국의 강경 기조인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법적으로 뒷받침했다는 뜻이다.
전랑 외교·보복 조치 등 '법적 뒷받침'
실제로 ‘보복 조치’ 근거 조항은 곳곳에 있다.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반격·제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33조가 대표적이다. 8조에서도 “모든 조직 또는 개인이 이 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대외 관계에서 국익을 해치는 활동에 종사할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중국 헌법을 국제법보다 우위에 뒀다. 30조는 “국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조약·협정을 체결한다”며 “이는 헌법에 저촉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왕장위 홍콩 성시대 교수는 SCMP에 “중국 헌법이 모든 것에 앞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국제법이 중국 헌법보다 상위일 수 없게 됐고, 이 부분이 명확히 법에 규정된 건 처음”이라고 짚었다. 일국의 헌법과 국제법 중 어떤 것이 우위인지는 법학계에서도 논쟁적인 주제다.
아울러 보복 조치 수단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反)외국제재법’을 근거로 맞제재나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을 취했던 종전과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싱가포르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반외국제재법에 비해 대외관계법은 더 넓고 포괄적”이라고 설명했다.
"간첩행위 범위 대폭 확대"... 악용 가능성?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2016년 한국과의 ‘사드 갈등’ 당시 시행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같은 보복 카드를 외교 마찰 때마다 꺼내 들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내달 1일 함께 시행되는 개정 반간첩법(방첩법)도 중국 진출 기업과 교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법은 올해 4월 전인대 상무위 통과와 함께 9년 만에 개정됐다.
새 방첩법은 간첩 행위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기밀·정보와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로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국가 안보·이익’이 추상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외국 기업·외국인의 활동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6일 “중국 국가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지도·사진·통계자료를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시설·주요 국가기관 등에서의 촬영 행위 등에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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