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학대로 의식불명 된 아영이, 4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났다

김준호 기자 2023. 6. 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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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의 아버지가 갓 태어난 아영이를 품에 안고 있다. /조선DB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5일 만에 바닥에 떨어져 의식 불명에 빠졌던 ‘아영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영이는 하늘로 떠났지만, 장기 기증을 통해 또래 친구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2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아영이 유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부터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정아영(5)양이 지난 28일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간 인공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던 아영양은 지난 23일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심장 기능은 회복했지만, 심정지 충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유족은 아영양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29일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 등을 기증했다.

아영양의 아버지는 “그동안 아영이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영양의 장례는 29일부터 사흘간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기증자 정아영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아영양은 3년 전인 2019년 10월 20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쳤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수사 과정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A씨가 불상의 방법으로 아영이를 낙상케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를 통해 A씨는 2019년 10월부터 신생아 14명을 20여 차례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생아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 올리고 흔드는 등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학대한 A씨 역시 당시 임신 상태였다.

A씨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거나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들을 거꾸로 잡고 흔드는 등 반인륜적인 학대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힘들다”고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지만, 지난 1월 부산고법은 항소를 기각했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지난 2019년 아영이의 아버지 A씨가 부산 금정구 자신의 집에서 아영이의 발 도장이 찍힌 종이와 이부자리를 만지고 있다. /조선DB

아영양의 가족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아영이가 어디선가 다른 몸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고 다른 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은 “갓 태어난 아이의 사고를 겪은 가족의 아픔이 너무나 클 텐데 아픔 속에서도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해줘 감사하다”며 “또래 아이들의 생명을 살려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영이는 부부의 간절한 바람 끝에 낳은 ‘늦둥이 막내딸’이었다. 아영이 위로는 7세, 9세 오빠 두 명이 있다. 아영이는 부부가 둘째 아들을 낳고 나서 7년 뒤 얻은 막내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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