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당초 예상보다 5배 많아…양국 경제협력 본궤도
"양국 금융협력 논의 이어갈 것"
지금보다 규모 더 커질 가능성
원화 맡기면 달러화 받는 방식
사실상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
한·일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재개되면서 한·일 경제협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지난 27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 다시 포함하기로 한 데 이어 통화스와프까지 체결되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 간 해빙 무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통화스와프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0억달러에 달하면서 외환시장 안정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해빙 무드의 상징
2001년 첫 체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스와프 잔액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국에 절실했다. 2008년 말 외환보유액은 2012억달러로, 20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위기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09억8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작년 말 기준 25.1%로 1998년(23.3%) 이후 가장 낮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276억달러로, 세계 2위다. 양측 모두 대외 건전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한 사안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초 기획재정부와 한은도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일본 측에 통화스와프를 먼저 제안할 경우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본격화된 한·일 해빙 무드를 경제 분야에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통화스와프가 추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4년 만이다. 한·일 양국의 수출 규제 갈등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9일 한·일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재개되면서 경제 분야에서 완전한 관계 회복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측도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적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올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측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통화스와프를 상징적이라는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논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0년대 후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지내면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주도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가 복원되는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당초 예상보다 규모 커
이날 공개된 통화스와프 규모는 예상보다 크다. 당초 한·일 관계 회복의 상징 차원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수십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부 관계자도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와 관련해 “최소 20억달러 이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100억달러는 한·일 양국의 통화스와프 종료 시점인 2015년 2월과 같은 규모”라며 “앞으로도 금융 협력의 진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요에 따라 추가 체결을 통해 잔액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재개된 한·일 통화스와프의 가장 큰 특징은 ‘100% 달러 스와프’라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이 100억달러 상당의 원화를 일본이 보유한 100억달러와 교환하는 식이다. 또 일본이 100억달러 상당의 엔화를 한국에 맡기고 한국이 보유한 100억달러를 가져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 입장에선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면서 ‘간접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유사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민/허세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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