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대신 바늘 섬긴 억척스러운 외도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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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으로 피어오른 저 꽃의 이름은 몰라도 된다.
세상에 저토록 강인한 꽃이 또 있을 리 없으니.
동양화를 그리던 작가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선을 그어낼까 고민하던 중 문득 '바늘땀'을 떠올렸다고 하니.
무슨 바람, 어떤 소원이 그리 간절하기에 저토록 절절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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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그리는 그림 '희수' 작업…25년 넘겨
요철 있는 수제한지에 채색한 뒤 수놓기 시작
끊어버리지 않고선 수정 불가능한 '한땀 한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절정으로 피어오른 저 꽃의 이름은 몰라도 된다. 세상에 저토록 강인한 꽃이 또 있을 리 없으니.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대면 부서질까, 여리고 무른 상징은 최소한 여기에 없다. 핏줄 같고 힘줄 같은 생명력이라면 몰라도.
작가 김순철(58)은 바느질로 그림을 그린다. ‘희수’(繪繡)라 불리는 작업이다. 1997년부터라니 25년을 넘겼다. 계기라면 그림을 잘 그려보려 했던 것뿐이란다. 동양화를 그리던 작가가 어떻게 적극적으로 선을 그어낼까 고민하던 중 문득 ‘바늘땀’을 떠올렸다고 하니. 붓 대신 바늘을 섬긴, 억척스러운 외도라고 할까.
요철감 있는 수제한지로 판을 깔고 바탕을 채색한 뒤 수를 놓기 시작한다는데, 보는 이의 눈으론 붓과 바늘의 경계를 놓치기 일쑤다. 감히 붓으로 그린 꽃을 쉽다고 할까마는, 바늘로 피운 꽃, 특히 작가의 바늘은 넘보기도 어렵다. 고단한 노동, 지루한 반복은 기본. 끊어버리지 않고선 수정이 불가능한 한땀 한땀의 작업이니. 과몰입해야 나오는 작품이고.
연작 중 한 점인 ‘소망에 관하여’(About Wish·2023)는 그 지난한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무슨 바람, 어떤 소원이 그리 간절하기에 저토록 절절한 건지.
7월 1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146번길 헤드비갤러리서 김근배와 여는 2인전 ‘여전히, 파도 그리고 다시’(Still, Wave and Again)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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