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연구혁신으로 충분히 `G10` 가능하다
ICT가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과 현재의 주력사업 육성을 견인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ICT는 역할이 점차 약화된 부분도 있다. ICT 산업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연평균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5%대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지능정보사회의 떠오르는 화두였던 인공지능(AI) 기술은 불과 몇 년 만에 모든 영역의 기반 인프라 기술로까지 자기매김하면서 ICT는 새로운 이름 'I-ICT'(Intelligent-ICT)로 불리워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역설적이지만 '기회'란 바로 이런 때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많은 뉴스들 속에서 주요 7개국을 일컫는 'G7'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대한민국이 초청국이니 아니니 하면서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그런데 뭔가 미심쩍지 않은가. 그렇다, 현재의 G7은 다분히 '과거, 이념, 동맹' 중심의 주요 7개국이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도 보이고, 우리보다 첨단기술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거나 심지어 낮아 보이는 국가도 있다. 이제는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미래, 기술, 경제, 사회발전' 중심의 주요국으로 탈바꿈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당당히 대한민국의 존재가 어김없이 생각난다. 필자는 이를 '뉴 G10' 정도로 호기롭게 표현하고 싶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 대사처럼 '대담해야 할 시간과 조심해야 할 시간은 따로 있고', 지금은 바로 대담해져야 할 대한민국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에겐 '첨단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서는 담대한 연구개발 혁신을 위해 '임무 중심 R&D'라는 화두를 올렸다. 먼저 정부 정책 등을 기반으로 '6대 중점전략기술 영역'으로 AI반도체·컴퓨팅, 사이버보안, AI·SW, 6G 통신, 메타버스, 디지털융합 등을 설정하고 각 영역별 임무 설정에 착수했다. 임무는 '단기과제'가 아닌 꼭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중심으로 규정했다.
즉, 단순히 연구과제 하나하나의 목표 달성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적 기여 또는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임무로서 정의했다. 이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핵심수단으로 '책임연구목표'를 설정해 연구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물론, 명확한 도전목표의 수준과 달성시한이 정해지고 이는 다시 '대국민 약속' 형태의 대내 외적인 공개행위로 이어진다. 관련 있는 여러가지 단위 과제들의 결합으로 설정된 책임연구 목표는 탑티어(Top-tier) 도전목표를 기관장과 연구소장 등 탑(Top) 레벨에서 직접 성과책임자를 맡아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Top 챌린지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솔선수범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제는 수행하는 단위 연구과제의 목표 달성만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고 개별 과제들이 지향하는 연구목표들이 총합을 이루어 미리 설정된 핵심임무 달성에 어느 정도 기여되었는지에 따라 평가받겠다는 점에서 역할과 책임성의 확장이라 볼 수 있다. 임무의 중심에는 당연히 국민, 사회, 산업이 있다.
이 모든 노력은 바로, '공공 연구기관'이라는 정체성 중 '연구기관'이라는 전문적 영역에 치중했던 부분을 '공공'이라는 근본적인 정체성, 즉 사회적 책무에 무게중심을 더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태생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야별 전문가 집단의 공공적 형태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루는 데에는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연구자 개개인은 혁신 리더로서 자세를 더욱 견고히 해야 하고, 정부도 '굵직한 임무'에 걸맞은 '묵직한 보검'을 파편화되지 않은 예산의 형태로 지원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꿈과 의지'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좋은 배'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북을 쳐서 사람들을 모으고, 좋은 목재를 구하고, 할 일의 목표를 부여하고, 일을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무한히 넓은 바다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하라! '뉴 G10'의 꿈이 '임무 중심 R&D'의 담대한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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