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병원으로 가라고…” 대전시의회 고위공무원, 119구급대원에 폭언·욕설 논란

대전시의회 사무처 고위공무원이 구급대원에 사적 구급 이송을 요구하고 욕설과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대전본부는 29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의회 사무처 고위 승진 예정자가 지위를 이용해 사적 구급 이송을 요구하고 당직을 서는 소방관을 현장에 불러 욕설과 호통을 치는 등 위계에 의한 갑질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소방노조가 29일 대전시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급대원에 갑질한 공무원 직위해제 및 수사의뢰를 촉구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노조에 따르면 서기관 승진 예정자인 시의회 사무처 공무원 A씨는 지난 27일 모친의 낙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사적으로 아는 정형외과로 이송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구급대는 응급환자의 이송관련 법에 따라 가능한 응급실 진료를 안내했지만 모친과 함께 구급차에 탄 A씨는 응급실 이송을 거부하며 지속적으로 아는 정형외과로의 이송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구급대원 2명 뿐 아니라 비상 대기 중인 소방서 당직관까지 현장으로 호출해 폭언과 욕설을 내뱉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A씨는 모친 집 앞에서 구급대원과 3시간여 가까이 언쟁을 벌이다가 모친을 다시 집으로 모시고 들어가겠다고 이송을 거부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노조는 “구급대원이 A씨 모친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허리 통증 외에 생체징후가 양호했다”며 “구급차는 응급실로만 이송이 가능하고 다른 로컬병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는 점을 여러차례 설명했지만 안하무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선 안된다”면서 “대전시의회는 구급차의 사적 이익 추구를 넘어 구급대원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굴욕을 주고 소방기관을 무시하는 처사를 자행한 A씨를 직위해제하고 수사의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A씨의 욕설과 폭언은 출동한 구급대원들의 바디캠에 다 녹취돼있다”며 “녹취본을 확보하는대로 경찰에 119구급대원의 구조·구급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행정망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사무처 고위직과 함께 해당 소방서를 찾아 사과했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 사람이 오랜 투병중에 있고, 치매와 거동이 불편하신 90대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보니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면서 “다만 욕설이나 폭언, 하대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어머니가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외출을 달고 집에 가서 응급구조를 요청했는데 응급실로만 가능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소 흥분하긴 했지만 위계나 위력을 행사했거나 할 의도는 없었다”며 “바로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했으나 다음 날 병원에 가보니 어머니 척추뼈가 2개 골절돼 병원에 입원하고 상태가 안 좋아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A씨는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현장 구급대원 분들에게 끝까지 사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