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문정부 겨냥 "반국가세력"…야권 "검찰총장 왜 했나?"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거란 해석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했는데요. '극우'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이런 비판도 이어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팩트에 근거한 발언"이라면서 민주당의 반발,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어제) :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했습니다. 대표적인 보수단체,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선데요.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사람, 다름아닌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문재인/당시 대통령 (현지시간 2021년 9월 22일) :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민주당을 겨냥한 듯한 말도 있었습니다. 바로 이 표현인데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어제) :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말들 사드 '전자파' 나 '광우병 소고기' 처럼 '선동'이고 '괴담'이라는 게 정부 여당의 일관된 프레임이죠.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6일) : 핵 오염수가 한번 바다에 버려지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우려가 괴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발언에 대해, 야당은 "국민 통합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거냐"고 했습니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아서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대통령은 처음입니다.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입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향해 '극우 유튜브 시청을 끊으라'면서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베와 다를 바 없는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는데요. 한마디로 '꼴통 보수' '수구 꼴통' 이란 표현도 나왔습니다. 진중권 교수는 대통령이 입만 열면 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뭔지 아는 거냐고 했습니다.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극우나 수구꼴통의 입에서 나올 만한 얘기를 대통령의 입에서 맞는 순간 저는 경악을 했거든요. 대통령이 저러면 안 되죠. 도대체 자유민주주의가 뭔지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고요. 대통령이 국민을 통합해야 되는데 갈라 쳐서 이념 전쟁을 지금 벌이고 있잖아요. 역대 이런 대통령이 있었나요.]
윤 대통령이 문제삼은 종전선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안은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이 함께 하자는 거였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다 전임 미국 정부까지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고 했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이제 한마디로 말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게 하는, 이걸 추진했던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에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고 하다가 트럼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꼴이 되어버렸으니 참 이것도 난감합니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이 대북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죠.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공식 추진했던 건 맞지만 나머지 두가지는 당시 '해빙무드'를 틈탄 북한의 주장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맹폭했는데 윤 대통령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대북제재 완화라든지 이런 것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써 얘기가 됐던 겁니다, 그게. 그다음에 UN사가 종전선언을 한다고 UN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이거 사실과 다르고 지금 왜곡, 페이크 뉴스를 대통령이 퍼뜨리고 있는 거잖아요.]
윤 대통령의 발언, 여러모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선거로 당선된 전임 정부가 반국가 세력이냐. 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거냐는 겁니다.
[유인태/전 국회사무총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정말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고 자기는 그 반국가세력에 가서 그 요직의 검찰총장은 왜 했어요. 그건 해서는 안 될 말이고 점점 더 극우에 이렇게 포획돼 가는 느낌이에요.]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 세력'이 전임 정부는 아닐 거란 해석이 나왔는데요.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반국가세력이라는 이 센 발언은 국가안보에 대한 걱정이지, 지난 정부를 간첩 세력이라고 보는 건 아니다라는 걸 명확히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송언석/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대한민국 원내 제1당인 야당을 대상으로 해서 반국가단체로 그렇게 말씀하셨을 리는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정국을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대통령 입장에서 야당을 전체를 그렇게 반국가라고 이야기했을 리는 없고요.]
하지만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 '팩트에 근거한 거'라고 추켜세우면서 민주당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 통합을 지향하는 게 기본이죠. 이번 발언으로 야당과의 협치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냔 지적에도, 김기현 대표의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대통령께서 하신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요. 민주당이 거기에 대해서 반발한다는 것 자체를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반국가세력이라고 하신 것은 좀 협치와는 거리가 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을 적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하는 그런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협치의 대상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그리 낯설지 않은 건, 최근 비슷한 발언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인 듯 한데요. '문재인이가 간첩'이라는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의 말입니다.
[박인환/경찰제도발전위원장 (지난 27일) : 저는 문재인이가 간첩이라는 걸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민주당이 듣겠습니까. 문재인 진영인데, 간첩 진영인데 뭘 듣겠습니까.]
박 위원장의 발언, 적절치 못했단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두둔한 거란 해석, 나올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보수 진영에는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거든요. 박인환 간첩 발언 사실상 두둔한 것 아니냐…]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문재인 전임 대통령이 반국가단체였고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얘기했는데 같은 인식의 선상에 있는 거죠.]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문수 위원장과, 대통령직속 진실화회위원회 김광동 위원장 역시 비슷한 맥락의 발언들로 논란을 자초하곤 했는데요.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0월 12일) : '문재인 586 주사파 운동권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주의자들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문수/경제사회노동위원장 (지난해 10월 12일)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김광동/진실화해위원장 (3월 13일) : 북한군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없고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자유총연맹,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을 전신으로 하는 대표적인 보수단체입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즉 보수진영의 결집을 노린 거란 해석도 나왔는데요. 현직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창립기념 행사 참석은 24년만입니다. 연설, 다시 들어볼까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어제) :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여러분들의 용기와 열정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4년 전, 자유총연맹을 찾은 현직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이념 상으론 대척점에 있는 자유총연맹을 찾아 축사를 했던 셈인데요. 제가 당시 연설을 찾아봤더니, 마치 윤 대통령의 어제 연설을 겨냥한 듯한 내용이었습니다. "안보를 정치에 이용해선 안 된다, 국민 대화합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역설했습니다.
[김대중/당시 대통령 (화면출처: KBS / 1999년 3월 31일) : 과거와 같이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거나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여러분께 말씀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 대회가 표방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 대화합을 이뤄가는 데 회원 여러분이 적극 노력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때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갈수록 극우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극우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져 가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 했는데요.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늘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해 "강력한 힘만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의지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도 오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겨냥 '반 국가 세력'…야권 "반 국가 세력 검찰총장 왜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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