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지휘자 없이 `숲`을 이루는 것, 그것이 저희의 `앙상블`이죠

디지털뉴스부 2023. 6. 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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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Wald)는 '숲'이란 뜻이다.

"대다수 단원이 각기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있다 보니 생각만큼 자주 연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기연주회를 기점으로 모여 연주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유럽 오케스트라 소속 한국인들이 모여 유럽에서 따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여드리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싶다. 작년에 여섯 명의 첼로 단원이 일종의 유닛 연주처럼 첼로 앙상블 연주를 했었는데 많은 관객분도 좋아해 주셔서 단원들 안에서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편성의 공연도 기획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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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여 결성
지휘자 없이 수평적 선상에서 연주
피아니스트 조성진·플루티스트 조성현 등 협연
23명 단원 주축으로 상황따라 객원 연주자 초청
최경환
최경환
발트앙상블 전람회 창단7주년 정기연주회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최경환 발트앙상블 대표

발트(Wald)는 '숲'이란 뜻이다. 유럽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멤버들 각자가 나무 한 그루가 되고 발트앙상블은 그들이 모인 숲이다. 지난 22일 경주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부산(23일)과 성남(25일)에서 발트앙상블의 공연이 진행됐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으로 연주했고, 레스피기 '고풍적 아리아 춤곡' 3번, 버르토크 디베르티멘토를 무대에 올렸다. 오는 8월 10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정기공연으로 그라지나 바체비치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연주한다. 대표이자 비올라를 담당하는 최경환에게 이번 공연과 악단 운영에 관해 물었다.

-조성진과 쇼팽 협주곡 2번, 모차르트 협주곡 9번이 협연을 했다. 이번 협연은 어떻게 성사됐나?

"고맙게도 조성진이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이번 연주가 성사됐다. 음악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가 몸담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이 협연했을 당시, 두 사람이 발트앙상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한국 음악가들이 모여 지휘자 없이 수평적인 선상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 조성진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발트앙상블이 그동안 협주곡 연주를 많이 해봤는지 궁금하다. 협주곡 연주가 여느 연주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발트앙상블은 지금까지 플루티스트 조성현, 바수니스트 유성권,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와 총 세 번의 협주곡 연주를 했다.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악단 특성상 지휘자가 없어 전체 균형을 조율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소리를 더욱 예민하게 듣고 고민해야 한다. 더욱 작은 편성인 실내악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특히 무대 리허설과 연주 당일까지도 신경을 썼다.

-현악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위해 관악군 객원 단원을 선발했을 것 같은데.

"5년 만에 관악군 객원을 찾게 됐다. 선발 기준은 발트앙상블 선발 기준과 같다. 첫 번째로 오케스트라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찾았고, 두 번째는 마음이 잘 맞을 것 같은 연주자로 수소문했다."

-레스피기(1879~1936)의 '고풍적 아리아와 춤곡', 버르토크(1881~1945)의 '디베르티멘토'도 연주했다. 이 곡들에서는 어떤 면모를 보여주었나?

"레스피기의 작품은 상당히 따뜻하고 감미롭지만, 발트앙상블이 가진 색깔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듣다 보면 유럽 중세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단원 각각이 유럽 곳곳에서 일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유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반면 버르토크는 우리에게도 비교적 신선했다. 작곡가의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헝가리 민속음악과 집시풍이면서도 각 악기가 가볍게 주고받는 부분들이 많아서 듣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8월 공연에서는 바체비치(1909~1969)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과 쇤베르크(1874~1951)의 '정화된 밤'을 연주했다. 선곡 배경이 궁금하다.

"쇤베르크의 작품은 멤버들이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곡이다. 이 심오한 음악을 위해서는 발트앙상블의 짙은 색깔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연주를 미뤄왔다. 우리만의 생동감 넘치는 끈끈한 연주가 쌓이고 나니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연주곡을 선정할 때 '같은 결인가'를 고민한다. 바체비치가 쇤베르크의 작품과 어두운 색깔은 비슷하지만, 심오한 쇤베르크와는 다르게 진취적이고 에너지 넘쳐 대조를 이룬다. 이 때문에 두 작품이 나란할 때 좋은 시너지를 낸다. 이번 공연에는 '밤의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지금까지 보여드린 발트앙상블과는 조금 다른 이면,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어두운 면을 표현해 보고자 했다.

◇울창한 소리의 숲을 위한 레퍼토리 확장

-매 공연 단원들은 어떻게 모였나? 이번에 참가한 연주가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발트앙상블은 23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주축이 되고 곡의 규모와 필요에 따라 객원 연주자를 모았다. 모두 유럽 각지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이뤄졌다. 아무래도 일하는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서로 이해관계도 잘 형성되고 음악적 이야기도 잘 통한다.

-악단 운영에 어려웠던 점이나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나도 평생을 음악가로서 연주만 해온 사람이었고, 사단법인(사단법인 발트는 2015년 시작)을 운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천천히 배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연주자가 무대에서 연주에만 집중해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행복해하고 연주 후에 만족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발견한다."

-현악 오케스트라로 할 수 있는 레퍼토리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연주곡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이 있나?

"아직 하고 싶은 곡들이 많다. 동기부여를 받는 단체 중 하나가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이다. 그들 또한 현재도 계속 레퍼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악 오케스트라 편성을 위해 작곡된 원작들도 생각보다 많고 명곡이나 작품성 높은 곡들을 편곡해 연주할 수도 있기에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들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발트 앙상블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나?

"대다수 단원이 각기 소속된 오케스트라가 있다 보니 생각만큼 자주 연주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기연주회를 기점으로 모여 연주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유럽 오케스트라 소속 한국인들이 모여 유럽에서 따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여드리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싶다. 작년에 여섯 명의 첼로 단원이 일종의 유닛 연주처럼 첼로 앙상블 연주를 했었는데 많은 관객분도 좋아해 주셔서 단원들 안에서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편성의 공연도 기획해 보고 싶다."

글=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사진=발트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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