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경품으로 170만원 안마의자 내건 바디프랜드

김도연 기자 2023. 6. 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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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체험한 기자 추첨해 소형 안마의자 제공
거부 표시 없던 당첨 기자 "안 받을 생각이었다"
바디프랜드 "법적 검토 거쳐"…청탁금지법에 저촉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지난 22일 신제품 안마의자 출시 행사에 참석한 기자 80여명에게 '100만 원 구매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을 부른 바디프랜드가 당일 행사 말미 추첨을 통해 기자 한 명에게 고가의 안마의자를 수여하는 이벤트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바디프랜드가 추첨 상품으로 내건 소형 안마의자 '아미고'의 정상가격은 170만 원이다.

이벤트에 당첨된 뉴스1 소속 A 기자는 바디프랜드 측에 안마의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를 본지 취재가 들어가고 29일 오전에야 했다. A 기자는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안마의자를) 받지 않고 있었다. 애초부터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경품이었기 때문에 판단이 서지 않았고, 이게 뭔가 싶어 (거부 표시를 먼저 하지 않고) 그냥 있었다. 현장에서 즉시 상품을 받는 것이었다면 나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바로 신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직무 연관이 있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기업 행사에서 제공하는 경품은 수수 시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을 보면 기자를 포함한 '공직자 등'은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으며 금품 제공 약속이나 의사 표시를 받은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바디프랜드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신제품 안마의자 '다빈치' 출시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170만원 안마의자 걸고 '건강왕을 찾아라' 추첨

안마의자 제조기업 바디프랜드가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개최한 '다빈치' 론칭 컨퍼런스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행사다. 바디프랜드 설명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기자 80여명이 모였다.

다빈치는 체성분 측정 후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맞춤형 마사지를 제공하는 신제품이다. 바디프랜드는 신제품 특성을 감안해 행사 말미 '건강왕을 찾아라'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다빈치를 체험한 현장 기자들 가운데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를 비교해 가장 나이 차가 큰 기자 1인을 추첨해 소형 안마의자(아미고)를 부상으로 수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도 170만 원에 달하는 안마의자를 경품으로 내건 건 지나치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장에 참석한 한 기자는 29일 통화에서 “체성분 측정과 그 결과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워 참여하지 않고 그냥 나갔다”며 “산업부 기자 생활을 10여년 했는데 이 정도의 고가 경품을 걸고 추첨하는 행사는 처음 봤다. 기자들끼리도 되게 세게 주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아미고'의 정상가격은 170만 원으로 나와 있다. 사진=바디프랜드 홈페이지.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안마의자 경품 추첨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경품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홍보라는 업무를 위해 모은 기자들이 '불특정 다수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홍보품이나 경연·추첨을 통해 받는 보상은 수수 금지 상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직무관련자만을 대상으로 경품을 추첨해 제공할 때는 보통 5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소비한 구매자를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할 때 기자가 이를 받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자간담회에서 경품을 받을 때는 금액 규모가 5만 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경품 주인공은 뉴스1 소속 A 기자였다. A 기자는 자신이 경품에 당첨된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진 않았고 받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 거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기자는 29일 오전 통화에서 “경품은 애매한 면이 있고 바로 판단이 서진 않아서 그냥 있었다”며 “애초부터 받을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A 기자는 “(미디어오늘이) 취재하니까 오늘 (바디프랜드 쪽에서 받을 건지) 물어보는 것 같은데, 안 받는다고 밝혔다”며 “바디프랜드 쪽에 먼저 (안 받는다고) 연락을 안 했다는 걸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소속기관장)에 신고하지 않은 까닭에 “경품을 (실물로) 받은 게 아니니까, (경품 수수가) 확정된 게 아니니까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받을 생각이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에 바디프랜드에 먼저 거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고 회사에도 보고하지 않았으며 현재 안마의자 실물을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기자를 포함한 '공직자 등'이 수수 금지 금품의 제공 약속이나 의사 표시를 받은 경우 지체없이 소속기관장에 서면 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바디프랜드는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에게 '100만 원 구매 할인 쿠폰'을 뿌렸다가 논란이 일자 쿠폰을 삭제하고 쿠폰 활용이 불가하도록 조치했다. 이 역시 기자가 쿠폰 수수 시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직원들의 착오가 있었다. 쿠폰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경영진 승인이나 법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발송됐다”며 “담당 직원의 명백한 실수였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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