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재건축 단지 부담금 증가... 잠실 주공5단지·대치 쌍용 등 ‘타격’
전문가들 “1주택자 감면율 더 높여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에 대해 부담금을 높이는 내용의 수정안을 국회에 제시하면서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한 강남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쌍용, 압구정 현대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국회에 제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방안’에 대한 수정안은 부과기준 구간을 변경했다. 작년 9월 29일 제출된 원안은 일률적으로 7000만원 단위로 나눠 부과율을 정했다. ▲1억∼1억7000만원 10% ▲1억7000만∼2억4000만원 20% ▲ 2억4000만∼3억1000만원 30% ▲3억1000만∼3억8000만원 40% ▲3억8000만원 초과는 50%다.
반면 이번 수정안은 ▲1억∼1억7000만원(구간 7000만원) 부과율 10% ▲1억7000만∼2억3000만원(6000만원) 20% ▲2억3000만∼2억8000만원(5000만원) 30% ▲2억8000만∼3억2000만원(4000만원) 40% ▲3억2000만원 초과 50%를 부과한다. 원안과 비교해 초과 이익이 1억7000만원을 넘어갈 경우, 부담금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의 내용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법) 개정안이 심의 중이다. 야당의 반대가 계속되자 정부가 한발 물러선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는 당일 열린 국토위 법안심사 소위에 앞서 여야 논의가 오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재초환법 개정안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과구간 및 부과율 조정에 따라 개별 단지마다 체감도가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소폭 부과되는 곳과 감면 받더라도 부과 금액이 적지 않은 곳의 입장 차이가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4지구, 청담삼익, 잠실미성크로바, 잠실진주 등은 재초환 부담금을 피해간 대표적인 단지다.
특히 무엇보다 ‘서울 시내 공급 확대’라는 재초환법의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은 58.3%(2019년 기준)로, 이 가운데 30년이 넘은 재건축 대상은 20%가 넘는다. 서울에서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희망 수요는 86%로 공급량이 이보다 한창 못 미치는 상황이다.
즉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있는 상황에서 재초환법상 분담금을 더욱 높이는 것은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과 맞지 않을 뿐더러, 주택가격 안정과도 거리가 먼 대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잠실 5단지와 대치 쌍용 등은 10년간 조합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서울 등 도심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해결책은 재건축·재개발 뿐”이라며 “조기에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솔루션인데 계속 걸림돌만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집값 변동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막대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고가 마감재’로 치장하는 등 꼼수도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들은 추가 분담금이 늘더라도 재건축 관련 세금이 크다면 차라리 우리 단지는 고급화로 가겠다고 하는 곳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민간중심의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재초환 개편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1주택 장기보유자와 관련, ‘20년 이상 초장기 보유자’에 대해 감면율을 60%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10년 이상 보유자의 경우, 원안과 수정안 모두 감면율이 50%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부과 기준을 원용해 80%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재초환법은 애초 투기 수요를 방지하려는 것인데 1주택 소유자를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으로 본다는 점에서 전면 폐지돼야 한다”면서도 “부담금은 간접조세지만 개념이 양도세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차익 부분에 대해) 양도세를 준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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