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의사과학자·기업 손잡고 의료기기 혁신 시동거는 세종 과학벨트
의사과학자,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 100명 모여
“병원과 기업 연구성과 공유해 R&D 역량 키워야”
“의사과학자의 다양한 임상연구 경험이 의료기기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과 접목해 바이오 산업과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를 바랍니다.”
28일 오후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열린 ‘과학벨트 세종 바이오·헬스케어 네트워킹 데이’에 참석한 유인설 세종충남대병원 미래의학연구원장(류마티스내과 교수)은 환영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제비즈니스과학벨트(과학벨트) 지역인 세종에서 병원과 기업 간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공동연구, 기술 거래를 비롯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학벨트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초연구와 사업을 융합해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거점지구와 기능지구를 연계한 지역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거점지구로 지정된 대전 신동·둔곡·도룡지구와 기능지구로 지정된 세종·천안·청주가 연계해 응용연구, 개발연구, 사업화 등을 진행한다.
이날 오후 병원 본관 4층 강당에는 행사를 주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스마트의료기기상생포럼 등 기관과 세종충남대병원의 의사과학자, 의료기기·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관계자 100여명이 모였다. 이번 행사는 과학벨트 지역에서 병원과 기업이 교류를 통해 파트너십을 만드는 첫 공식 행사다. 세종시를 시작으로 대전과 천안, 청주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며, 의료기기뿐 아니라 신약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허영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부이사장은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서 “국산 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인허가나 임상시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원들과 연계해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고, 규제 정책에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전문의들과 의료기기 기업들의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허준영 충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는 “세포와 세포 사이 유전물질을 실어보내는 물질인 엑소좀을 분리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미세혈관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하는 기술을 최적화해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재활의료서비스 연구를 진행 중인 정일영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미지 기반의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영유아의 두상 교정을 위한 의료기기도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들도 이날 R&D 현황과 성과를 공유했다. 휴카시스템은 보행재활 솔루션 로봇을 개발하는 전기 자극으로 재활 훈련을 높일 수 있는 로봇인 ‘휴카고(HUCA-Go)’를 소개했다. 회사 측은 오는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이뮨텍은 개인의 면역세포 기능을 검사할 수 있는 체외진단 플랫폼인 ‘셀틱스-NK’를 개발 중이다. 바이러스 감염 세포나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해 제거하는 NK세포의 활성도를 단 2시간 만에 신속하게 분석한다는 설명이다. 한선미 메타이뮨텍 대표는 “기존에는 고가의 대형 분석기기를 사용해 결과를 받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지만, 셀틱스-NK는 채혈부터 세포분리·분석, 결과·진단까지 2시간 안에 가능하다”며 “체외진단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맞은편에서는 병원과 기업 간 기술이전·공동연구 등 컨설팅을 위한 원탁회의도 열렸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과학벨트 지역의 기술거래 관련 컨설팅 기관으로 지정한 에프엔피파트너스를 통해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의학연구자들과 기업들의 미팅 주선을 지원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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