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7000억원대 부당이득” vs 라덕연 측 “오해받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으로 정체가 드러난 ‘라덕연 일당’에 대한 첫 재판이 29일 열렸다. 검찰은 라덕연 일당이 통정매매와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의 수법으로 4년여에 걸쳐 시세조종을 했다고 주장했고, 라덕연 측은 시세조종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도성)는 이날 H투자자문사 대표 라덕연(42)씨와 호안에프지 대표 변모(40)씨, 전직 프로골퍼 안모(33)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호안에프지에서 일하며 투자금과 투자자를 관리한 박모(38)씨, 장모(36)씨, 조모(42)씨에 대한 재판도 함께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씨는 2019년부터 인천 청라와 서울 강남 등 사무실에서 ‘라덕연 조직’을 만들어서 이를 총괄했다. 변씨는 조직 전체를 관리했으며 안씨는 투자자를 모집했다. 박씨는 고객들 명의의 계좌로 매매팀 업무를 총괄했고, 장씨는 정산관리나 법인 재무 등의 업무를 맡았다. 조씨는 영업팀 소속 이사로 투자자모집 관리 업무를 했다고 한다.
검찰은 “라덕연 조직은 매매팀, 정산팀, 영업팀 등을 조직해 투자자들에게 휴대전화를 신규 개통하라고 한 뒤 이를 건네받았다”며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 주거지 인근으로 이동해 주식거래를 하는 등 팀을 나눠 역할을 각각 담당했다”고 밝혔다.
라덕연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자신하며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받아챙겼다고 한다. 검찰은 라덕연 일당이 8개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통정매매와 고가매수, 물량소진, 시가 및 종가 관여, 허수주문 제출 등의 방법을 썼다고 봤다.
검찰은 “라덕연 일당이 실현수익과 미실현수익을 합해 약 73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며 “투자고객을 유치하고 고객명의를 관리하며 수익을 정산하는 등 무등록으로 투자일임업을 영위한 혐의도 있다”고 했다.
라씨 변호인은 미실현수익을 포함한 부당이득이 7000억원 이상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상승기에 있는 고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주가가 외부사정으로 폭락했는데 이를 제외하고 미실현수익을 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단, 미등록투자일임업을 했다는 혐의는 인정했다.
검찰은 라덕연 일당에 대한 수사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다음 주중으로 의사 주모(50)씨, 김모(40)씨, 현직 은행원 김모(50)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의 한 재활의학과 원장인 주씨는 라씨 아래서 의사를 상대로 한 영업을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라씨 일당이 거느린 계열사에서 감사를 맡은 인물이고, 시중은행 팀장 김씨도 투자자를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덕연 일당이 세상에 알려진 사건은 지난 4월24일 코스피 상장사 5곳(삼천리·대성홀딩스·서울가스·세방·다올투자증권)과 코스닥 상장사 3곳(하림지주·다우데이타·선광)이 하한가로 거래를 마감하면서다. 8개 종목은 SG증권 창구에서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추후 SG증권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이들이 라씨 일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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