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노란봉투법, 노조 실력행사 부추기는 '파업 만능주의' 법안"
"수십 년간 쏟은 노사정 노력
물거품 만드는 反시대적 법안
특정노조 기득권 강화하고
'사용자' 범위 넓힌 것도 위험"
野, 30일 본회의 심의 여부 결정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2·3조에 대해 “1987년 이후 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 기울여온 노사정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반시대적 법안”이라고 직격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경 CHO 인사이트 포럼’에서 “(개정안은) 노사 관계를 대화 대신 파업 등 실력행사로 해결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파업 만능주의’ 법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노조법 개정안 2·3조를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부의되면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개정안이 표결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법 개정안 2·3조는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까지 넓히고,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맞대응할 계획이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노조원의 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노조법 개정안 2·3조 통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대법원 판결은 민법상 공동불법 행위자들의 부진정 연대책임 원칙을 유지하면서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노조의 불법 쟁의에 대해서만 부진정 연대책임을 전면 부정하는 이번 개정안 3조와는 다르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은 불법 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합은 물론 노조원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부인하지 않은 데 비해 야당의 노조법 개정안은 연대책임 자체를 부인하는 만큼 대법원 판결 취지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특정 노조(민주노총)에 집중돼 있고, 손해 발생의 주요 원인도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라며 “결국 특정 노조의 기득권만을 강화해주겠다는 게 이 법안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에서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넓히는 개정안 2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법안대로라면 2차, 3차 하청 업체 노조까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를 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모호한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은 산업 현장의 극심한 혼란과 갈등, 법률 분쟁을 폭증시킬 것”이라며 “노사 관계와 경제 전반, 국민 일상의 삶에 막중한 영향을 끼치게 될 법안이 그 파장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우려가 큰 개정안 입법을 재고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행위자에게 오히려 특권을 주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올해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을 맞아 도입 규모 확대, 허용 업종 확대 등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외국인력 고용 허용 인원 20% 상향, 국내 취업 희망 유학생의 비전문인력 비자 E-9 전환을 허용하는 특례법 도입도 연내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선 “노사정이 원팀이 돼 현장의 위험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경 CHO 인사이트 포럼은 2021년 출범한 국내 언론사 유일의 인사·노무 전문 커뮤니티다. 국내 주요 대기업 50여 개사의 CHO(인사 담당 임원)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40여 개사에서 60여 명이 참석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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