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간성 갖춘 융합인재 필요…교육 패러다임 바꿔야"
직무 충실한 것으론 불충분
문제 만들고 해결하는 능력 중요
'자기 세계'와 '몰입' 처럼
AI가 못하는 인간영역 키워야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재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주어진 직무에 충실한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해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미래 세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오는 11월 1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인적자원(HR) 포럼 ‘글로벌 인재포럼 2023’을 앞두고 29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자문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AI의 등장과 산업, 학문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인재상 변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AI 시대에 인간 고유 영역 강화 절실
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 각계를 대표하는 자문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AI와 차별화한 인간성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대학은 AI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양성해야 한다”며 “‘DEI(다양성·공정·포용)’를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도 “AI 시대에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술 안에서 인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학문의 중요성도 논의됐다. 이호영 창원대 총장은 “기초학문이 없으면 AI와 빅블러도 없다”며 “기초학문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대학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융합 교육을 하는 한편 협동 교육, 기초학문 교육도 부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철학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챗GPT는 대답을 할 수 있지만 철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질문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앞으로 신한금융그룹 입사 시험은 질문을 주고 답하게 하지 않고, 자료를 주고 질문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AI 시대에 나만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감, 기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윤리,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 시급
새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AI 시대에 맞는 교육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공교육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오픈 배지’ 등의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표준화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오픈 배지를 수여한다면 역량 개발뿐 아니라 취업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AI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AI를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대응법을 찾기보다는 AI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기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 인재 확충 방안도 고민해야
경제계 자문위원들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재 부족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마이스터고를 졸업해도 대기업을 가지 중소기업에 오지 않는다”며 “현장직뿐 아니라 사무직 인력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1985년만 해도 25세면 충분히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봤지만 지금은 35세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 강화, 글로벌 인재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인력의 30%가 부족하다”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성균관대-삼성, 서울대-삼성 모델 같은 산업 협력 모델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대학에서부터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산업계에 투입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혁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장제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대학 혁신 모델로 꼽히는 미네르바대학도 한국에서는 불법인 교육 방식이 많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영연/권용훈/안정훈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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