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주제·방향성 적절···정책 선도하도록 연속성 유지를" [서경독자권익위]
바이오 과학적 분석 돋보였지만 행사전 '반복 노출' 아쉬워
단발성 끝내기보다 정책 제언등 연재 시리즈물 확장했으면
부동산 단편적 시장분석, 독자에 혼란 줘···종합적 시각 필요
'新가족 리포트'처럼 사회변화 심층탐사에 노력 더 기울이길
서울경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21일 서울 중학동 서울경제 15층 편집국 중회의실에서 6월 정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현정택 위원장(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김세호 위원(전 건설교통부 차관), 양준모 위원(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심상민 위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희숙 위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프트융합소재연구 센터장)이 참석했다. 함께 자리하지 못한 최진녕 위원(법무법인 CK 대표 변호사)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6월 정례 회의에서는 서울경제가 창간 63주년을 맞아 5월 31일과 6월 1일 양일간 진행했던 ‘서울포럼 2023’ 관련 보도와 비대면 진료 기획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앞서 위원들은 회의 3주 전 이 주제를 공통 논의 대상으로 선정해 지난 2개월 동안 서울경제 지면과 온라인 플랫폼에 보도된 뉴스 콘텐츠를 분석·평가했다.
위원들은 올해 14번째로 열린 서울포럼의 주제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서울포럼의 주제는 ‘보건의료·경제·안보의 핵심, 첨단바이오 시대를 열자’였다. 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 및 전문가들은 첨단 바이오 산업이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 아래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 등을 모색했다.
김희숙 의원은 “대중 신문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심층적인 과학 보도가 연속적이고 비중 있게 보도돼 반가웠다”며 “첨단 바이오 및 의료와 관련된 산업 현황부터 전문가 의견, 정책 방향성,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과학계 전반을 깊이 있고 폭넓게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 의견을 접하기 힘든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국내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균형감 있게 실려 여러모로 유익했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패가 용인되는 연구 문화를 정착하고 산업·학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과감한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통되게 말했는데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서울경제가 매달 진행하고 있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국가 과학기술 육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이 느껴져 과학기술인으로서 감사하다”는 의견도 더했다.
김세호 위원 역시 “바이오 파트에 대해 별도 지면을 할애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포럼에서 그동안의 노력과 역량이 빛을 발한 것 같다”며 “특히 바이오가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는 점, 반도체·배터리 다음은 바이오라는 포인트를 주제로 잡은 점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양진모 위원도 “서울경제가 포럼을 통해 정책을 리드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주제의 포럼을 기획해주길 바란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양일간의 행사를 앞두고 약 한 달 전부터 바이오 관련 심층 보도를 집중적으로 이어간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경제는 ‘미리보는 서울 포럼’이라는 제목으로 5월 중순 초청 연사들의 사전 인터뷰 등을 제공해 포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제 포럼 기간에도 여러 지면을 할애해 포럼을 다뤘으며 이후로도 기획 보도 형식을 빌려 강연 내용을 추가로 소개했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상세히 풀어준 것이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비슷한 보도가 지나치게 반복되며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반론도 나왔다.
심 위원은 “포럼을 앞두고 거의 한 달 이상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며 “지면 배치도 과감하게 하다 보니 지면에서 행사 기사의 의존도가 너무 높아 자칫 신문이 홍보 책자처럼 느껴지는, ‘브로슈어 저널리즘’의 우려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1박 2일 포럼 기사를 긴 시간에 걸쳐 쓰다 보니 오히려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기조연설 등의 내용을 다 알아채는 ‘스포일러(사전 유출)’ 역할도 했다”며 “그러다 보니 정작 본 행사에서 힘이 빠지고 무게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 위원은 “포럼의 주요 기사만 임팩트 있게 본지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별지를 통해 더욱 비중 있게 다루는 하이브리드 편집을 적용하는 편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며 대안도 제시했다.
또 위원들은 서울포럼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기보다 국가 바이오 정책을 이끌 연속 기획으로 확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 위원장은 “바이오·의료는 향후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분야이며 선도 경제지인 서울경제가 포럼에서 다룬 것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선도해가기 위해서는 의학전문기자나 바이오전문기자를 계속 육성해가는 등 직접 전문가를 키워가려는 노력이 더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호 위원 역시 “해결 방안과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부분에서는 다소 미진했던 점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기획 보도를 계속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심 위원도 포럼을 이벤트성 뉴스로 끝내기보다 지속적인 연재 시리즈물로 확장하는 ‘동반자 탐사 저널리즘’ 포맷의 적용도 검토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양 위원은 포럼과 별개로 바이오 보도 전반의 팩트 체크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양 위원은 “바이오 산업의 성패가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달린 만큼 바이오 업계에 대한 의혹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정부와 제약 업계가 잘 하고 있는 부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혼란을 해소해주는 신문의 기본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개별적으로 인상 깊게 본 보도에 대해서도 논평했다. 이날 함께 자리를 하지 못해 서면으로 의견을 밝혀온 최 위원은 서울백병원 폐업 보도에 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위원은 “도심 공동화 등으로 시내 초중고교가 폐교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백병원도 폐업한다는 소식이 서울 시민들에게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대부분의 보도가 보도 자료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며 “서울백병원 사태를 계기로 서울경제가 인구 감소나 서울시내 공동화 현상, 사립학교 및 부동산 정책 변화 등과 관련된 의료 체계 문제의 원인을 깊게 분석해 향후 종합적인 보도를 해나갈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중요 판결이나 민형사 사건의 이면을 가벼운 필치로 알려주는 온라인 시리즈 ‘서초동 야단법석’에 대해서도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뜻깊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양 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가운데 언론마저 심층 취재가 아닌 단편적 현상 보도만을 이어가고 있어 독자로서 혼란스럽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양 위원은 “부동산 침체로 금융이 불안하다는 보도와 거래량이 늘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살아난다는 기사가 제각각, 큰 시차를 두지 않고 연속적으로 나오다 보니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럽다”며 “독자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을 종합한 분석 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2023 新가족 리포트’에 대해 호평했다. 그는 “언론의 본령인 탐사 보도 기획 기사로 조금 더 심도 있게 이어갔어도 좋았을 의미 있는 보도”라며 “심층 탐사 보도를 끝낸 후 포럼을 여는 ‘선 시리즈 후 포럼’ 등의 형식으로 지속성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공직자의 기고·칼럼과 관련해 “공직자의 글을 싣는 것은 정부는 물론 언론에도 필요한 일이지만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직자가 정부 서비스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책임자로서 정확하고 쉬운 표현을 사용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야 하며 홍보 자료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표현은 피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 개혁에 대해서도 바른 시각을 견지하기를 주문했다. 현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이 지시한 수능 개편과 사교육비 절감이 교육 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보도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런 식으로는 국가 인력 개발을 위한 종합적·구조적 개혁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다”며 “교육 개혁의 초점은 미래 경쟁력 강화와 교육의 본질인 인성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는 종합적 관점에서 보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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