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감사' 충돌…야 "절차상 하자" 유병호 "직원 강요·기망"(종합)

유 "조은석 위원, 단군 이래 보고서 제일 많이 열람"
야 "'불법' 발언 남발하는 단군 이래 최초 사무총장"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3.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김정률 신윤하 이서영 기자 =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의결 과정을 놓고 최근 '감사원 내부 공방' 의혹의 중심인 유병호 사무총장과 야당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충돌했다. 야당 측은 감사결과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고, 유 사무총장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설전을 벌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감사원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현안질의에선 최근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원 내부 공방' 의혹이 주로 다뤄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전 전 위원장의 감찰 결과를 논의한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의 제척을 요구했고, 전 전 위원장의 의혹에 '불문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유병호 사무총장이 고성으로 "법을 조롱하고 있다"며 강한 설전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야당 측은 감사 결과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문서보고 시스템에서 주심인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에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최종 보고서에는 (열람된 것으로) 결재됐다"며 "전자정부법에 따라 화면에서 열람을 눌러야 법적 효력이 있는데 (감사원이) 문서결재 시스템을 마음대로 고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IT 시스템을 바꿔서 시스템을 뚫어버리자고 결정한 건 쿠데타를 한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모든 감사위원이 동의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왜 구태여 시스템을 바꾸면서까지 이 사달을 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에 유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화면으로 보든 서면으로 보든 편한 대로 보면 된다. 보통은 종이로 보는 게 관행"이라며 "조 위원은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를 (서면으로) 수차례 열람했다. 그분이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 그렇게 실컷 보시고 (열람 버튼을) 안 누른 분은 (감사원 역사) 74년 만에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조 위원은) 직원들을 압박해 (전 전 위원장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논의되지 않은 사실,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부분까지 고치라고 강요하고 기망했다"며 "불법적으로 뺐다. 전 전 위원장의 치명적인 중범죄 해당 사안들만 다 삭제했다.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의 도중 유 사무총장이 답변하는 일이 수차례 이어지자 김 의원이 "끼어들지 말고 묻는 말에만 답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사무총장의 답변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의원이 이를 지적하자 유 사무총장이 "그러면 의원님께선 저희들을 모해하는 게 맞는 것이냐"고 맞받았고 김 의원이 한동안 유 사무총장을 노려보는 일도 있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유 사무총장의 '단군 이래', '기망', '강요', '중범죄', '모해' 등의 답변은 저도 처음 본다"며 "'조 위원이 지나치게 많이 조회했다'고 말 할 수도 있는데,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을 중범죄자라고 몰아치면 질의하는 의원은 점점 격앙돼서 질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회 선언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3.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오후 현안질의에서도 충돌이 이어졌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종이로 봤으니 열람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자정부법에 어긋난다"며 "유 사무총장이 말하면 그냥 법이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유 사무총장은 "의원님이 법을 비틀고 있다"며 "(전자정부법) 규정이야 받지만 (수백페이지의 문서를) 열람할 때 화면을 뚫어지게 보느냐. 출력해서 주는 게 예의"라고 맞받았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유 사무총장의 회의 참석 자격을 놓고 "감사원법의 어떤 조항에 의거해 제척에 관한 감사위원 논의에 끼어 '궤변이다'라는 말을 함부로 했느냐"고 지적했고, 유 사무총장은 "제가 이례적으로 참석한 건 (감사원장을 제척하겠다는) 낌새와 정황을 미리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의원은 "자기 확신에 의해 '불법이다' 등의 이야기를 남발하는 단군 이래 최초의 감사원 사무총장"이라고 지적했고 유 사무총장은 "(조 위원의 제척 주장은) 최 원장을 몰아내기 위한 술책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단군 이래 사무총장이 감사위원회에서 저런 식으로 위원들을 겁박하고 나대는 경우를 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

야당 측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국회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법안을 비틀고 있다' 등 (발언을 하니) 점점 불에다 기름을 붓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인격적으로 모욕적이라고 느낄 만한 표현을 써가면서 지적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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