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영아 시신' 친모에 살인죄 적용

김효성 2023. 6. 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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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이미지

경찰이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으로 구속한 30대 친모에게 적용했던 혐의를 '영아살해죄'에서 일반 '살인죄'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건 피의자에 대해 형 감경 요소가 있는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일자, 검토 끝에 더욱 무거운 처벌이 가능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오늘(29일) 영아살해죄로 구속한 피의자 친모 A씨에 대해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병원에서 딸과 아들을 출산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습니다.

A씨는 이미 남편 B씨와의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의 범행은 감사원의 보건당국 감사 결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사례가 드러나면서 현장 조사가 이뤄지던 중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지난 23일 구속했습니다.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영아살해' 혐의였습니다.

형법 251조(영아살해)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A씨가 저지른 범죄 사실에 감경적 구성요건, 즉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반 살인죄보다 가벼운 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영아살해죄를 적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형법 250조(살인)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의 상한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둔 영아살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겁습니다.

일각에서는 처벌의 경중을 떠나 분만 후 수 시간에서 만 하루가 지나 아기들을 살해한 A씨의 범죄 사실로 볼 때, 영아살해죄 적용이 애초부터 불가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영아살해죄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에 산모가 저지른 영아살해에 대해 적용이 가능한데, A씨의 범행을 과연 '분만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경찰은 혐의 변경을 검토해 왔고, A씨 구속 엿새 만인 이날 적용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분만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태에서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생후 1일짜리 아기를 살해하는 동일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또 A씨 체포 이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온 남편 B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 피의자로 전환했습니다.

B씨에 대한 조사 결과 현재까지 살인의 공모 혹은 방조와 관련한 혐의점은 드러난 바 없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면밀한 조사를 위해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조처했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시행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참고인을 상대로는 사건 혐의와 관련한 질문 등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살해 피해자인 아기들의 친부이자, 범행 일체를 자백한 피의자인 A씨의 남편 B씨를 단순 참고인으로 조사해서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이 일단 살인 방조 혐의로 B씨를 형사 입건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피조사자의 인권 강화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다. 참고인을 상대로 피의자를 조사하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사건에 관해 집중적인 추궁을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분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A씨에 대한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하면서 신상정보 공개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A씨에게 적용됐던 혐의인 영아살해죄는 특강법이 정한 범죄에서 제외되지만, 변경 혐의인 살인죄의 경우 해당하기 때문에 향후 A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심의위원회 개최가 가능합니다.

다만 A씨가 B씨와의 사이에 나이 어린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씨의 신상이 공개될 경우 2차 남은 가족들에게 피해의 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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