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경영 공백 KT, 투자시계도 멈췄다
새 먹거리 인수합병 실종
30일 주총서 사외이사 구성
8월까지 새 대표 선임 계획
"정상화 시급, 일정 서둘러야"
SKT, UAM '조비' 1억弗 투자
연 매출 25조원에 달하는 통신사 KT가 대표이사(CEO)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으면서 투자시계가 멈췄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통신사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가 새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매우 뒤처진 행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로 예정된 새 CEO 선임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사실상 CEO 경영 공백 사태를 맞은 뒤 KT의 인수·합병(M&A)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만 하더라도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현대미디어 인수(약 5000억원)를 비롯해 전임 구현모 대표 재임 시절 3년간 15건(약 2조원)에 달하는 굵직굵직한 M&A가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실적이 전무하다. 특히 KT는 지난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업체(MSP) 메가존클라우드에 1300억원을 투자하며 '클라우드·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경영 공백 사태 이후 이러한 투자조차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올해 초 KT그룹 위성통신 계열사인 KT SAT은 금융사 A사와 함께 우주항공산업 분야 B사에 투자하려 했다. 하지만 돌연 KT SAT에서 투자를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다.
KT는 공식적으로 "KT SAT의 투자 추진은 KT SAT 내부 의사결정 사항으로 그룹의 경영 공백과 무관하고, 올 상반기 B사 외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다"며 "KT는 최근 초거대 AI 기술 등을 위해 약 7조원 투자 단행을 발표했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KT가 향후 5년간 AI 분야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AI 사업에 대한 굵직굵직한 투자는 새로 선임되는 CEO가 맡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KT 내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임원 인사가 나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임원이 새 CEO가 누가 될지만 지켜보고 있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비해 다른 통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조사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투자로 SK텔레콤은 조비에비에이션 지분 약 2%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SK텔레콤은 2분기에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다양한 플랫폼 신사업을 운영하는 LG유플러스 또한 AI 기반 리뷰 솔루션, 온라인 교육 플랫폼, 영유아 대상 에듀테크와 같은 스타트업에 이번 1분기 100억원 이상 투자했다.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KT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첫 관문인 임시주주총회를 30일 개최할 예정으로 주목된다. 이번 1차 임시주총을 통해 사외이사진을 구성하면, 7월 중 대표이사 후보를 공고하고 8월 중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가장 시급한 안건은 사외이사 7인 선임 건이다. KT 사외이사진은 지난 3월 정기주총 직전 강충구·여은명·표현명 사외이사가 사퇴하면서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1명만 남았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7인은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국제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KCGI 글로벌부문 대표파트너), 조승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한림대 총장)다.
이번 주총에서는 새로운 CEO 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관 개정을 추진하는데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주요 안건은 CEO 연임 우선 심사 제도 폐지, 대표이사 자격 요건 변경, 대표이사 선임 시 주총 의결 기준 강화 등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기업 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개 항목으로 변경하는 안이다. 기존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지식과 경험'이라는 문구가 빠지면서 통신산업 이해도가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현준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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