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의대블랙홀 심화 우려" "전형당 서너명 늘어 체감 크지않을것"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6.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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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시업계 엇갈린 전망
대규모 증원땐 쏠림현상 가속
의대희망 반수·재수 급증할듯
대학별 균등 배분땐 영향 미미

◆ 무너지는 필수의료 ◆

의대 정원 확대는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문제다. 의대가 최근 수 년간 입시에서 1순위 진학 희망 학과로 자리 잡은 만큼, 정원 확대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선 국민 건강권과 의료 정책적 측면에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당초 취지와 무관하게 의대로 우수한 인재가 몰리는 '의대 블랙홀' 현상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대학별 증원 규모를 감안하면 학생은 정원 확대에 대한 체감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느 대학에 어떻게 늘리느냐가 핵심으로, 증가하는 정원 규모가 500명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한 대학에 4개 입시 전형이 배분되면 전형당 3~4명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국립대로 주로 배분될지 아니면 사립대 쪽으로 인원이 증가할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의대 정원 확대가 의대 쏠림을 부추길 우려는 여전하다. 의대 진학 수요가 계속 늘고, 합격선도 올라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면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의대 합격 점수에 조금 못 미치는 점수대의 학생이 의대에 지원하는 상황이 입시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 서울대 이공계 상위권 학생이 대거 의대 쪽으로 빠진 상황으로 서울대 이공계 합격 점수 자체가 지방대 의대 점수보다 낮은 분포를 보인다"며 "연세대·고려대와 비교해 보더라도 서울대 순수 이공계 학생의 합격 점수 분포 자체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 전체 학생이 점점 의대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일단 모집 정원이 더 늘면서 일반적으로 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에 갈 정도 점수대의 학생도 의대로 한번쯤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을 차차 늘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한 번에 늘리면 많은 재수생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했던 사람마저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공계 특성화 학과를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 우수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대표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정이라든지 첨단학과 신설 등 정부 정책 이공계 육성 정책이 잘 발표되곤 있지만, 처우나 혜택 등을 더 개선해 줘야만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을 이공계 쪽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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