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일인 판단 기준 명문화…그룹 최상단 회사 최대주주가 총수

이준희 2023. 6. 2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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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동일인(총수)'을 지정하는 기준을 명문화했다. 동일인 판단 기준을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등으로 구체화했다. 지분이 가장 많은 주주가 아니거나 공식 직함이 회장이 아닌 '부회장'이더라도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기업집단 시책의 준거점이 되는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 5가지를 마련하고, 2021년부터 실무적으로 운영되어 온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하는 한편, 동일인 확인 결과에 대해 기업집단의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선,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 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마련했다.

특히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판단 시 최다출자자가 자연인이 아닌 계열회사 또는 기관투자자일 경우 최상단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 이외에 국내외 계열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간접 지분도 합산해 자연인 중 최다출자자가 기준을 충족하며,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는 대표이사 등 임원의 임면, 조직 변경, 신규 사업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자가 기준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동일인 판단 시에는 각 기준에 해당하는 자연인이 누구인지 고려하되, 각 기준에 해당하는 자가 상이할 경우 이 5가지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만약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집단의 국내 최상단회사 또는 비영리법인이 동일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동일인 변경사유와 관련하여 동일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동일인을 변경하여야 하고, 의식불명 등 일신상의 사유, 상당한 지분의 매각,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재직 중이던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 동일인이 더 이상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볼만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는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에 동일인을 변경하되, 변경 사유가 기업집단 지정 시점에 임박해 발생하여 물리적으로 당해 연도 반영이 어려운 경우에는 그 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까지 현재 동일인으로 유지할 수 있다.

동일인 확인·변경에 소요되는 기간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지정자료 제출 전 동일인을 확인하는 절차인 '동일인 확인 절차'를 2021년부터 3년 간 실무적으로 운영하여 왔는데, 이번 제정안에서 해당 절차를 명문화하였다. 동일인 확인 절차는 △협의 대상 선정 △자료제출 △협의 실시 △동일인 확인 및 통지 순으로 이루어진다.

동일인을 변경하고자 하는 기업집단은 동 절차에서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여야 하며, 기업집단 측이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직권으로 협의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를 제고하기 위해 공정위의 동일인 확인 결과에 이의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공정위에 재협의(이의제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도 마련하였다.

1986년 대기업집단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동안은 동일인 선정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기관투자자의 경영참여 확대 등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동일인 판단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번 제정안을 통해 동일인 판단의 투명성 및 객관성이 제고되어 수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면서 “동일인 확인 과정에서 기업집단이 공정위와 협의 및 재협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가 두텁게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정안은 동일인의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인 판단 기준에 관한 일반 원칙을 제시했다.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총수 지정 문제를 비롯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올해 기업집단 지정 시 실시한 외국국적 보유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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