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1조 판 연기금 … 삼성전자도 2200억 덜어내
주가상승에 포트폴리오 조정
하이닉스는 1200억원 사들여
국민연금 넉달간 8.6% 수익
작년 손실분 79조원 다 메꿔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이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연기금은 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대거 순매도하고 같은 메모리반도체 대표 종목인 SK하이닉스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운 대신 코스닥시장 비중을 확대하기도 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294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이 1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2021년 9월 월간 순매도 규모인 1조6809억원 이후 최대다.
이달 코스피가 반짝 2600선을 회복했지만 연기금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재차 2500선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 투자자별 수급을 보면 같은 기간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9485억원 순매도했고 사모펀드·보험·은행이 각각 2184억원, 1281억원, 392억원을 팔았다. 수급 주체 가운데 연기금이 가장 큰 순매도 금액을 기록한 셈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대체 투자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코스피가 시장 예상과 달리 이른 시점에 2600선까지 오르면서 이를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작년 말 16.3%에서 올해 말 15.9%로 낮추고, 내년 말까지 15.4%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주가가 상승하면서 연기금이 보유 중인 국내 주식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가 오르면 비중을 덜어내고 내리면 확대하는 것이 연기금의 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종목별로 보면 연기금의 순매도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2267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삼는 연기금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를 찍는 등 올해 들어 상승세를 달리자 비중을 덜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메모리반도체 세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며 시간 외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게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가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뤄졌을 뿐 반도체 업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연기금은 이달 들어 같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를 1221억원 순매수했다. 전체 종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연기금은 이 밖에도 이달 들어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밥캣과 엔터사인 하이브를 각각 788억원, 749억원 순매수했다. 조선주인 한화오션(535억원)과 한국항공우주(454억원)도 비중 확대 대상이었다.
반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이어 완성차 기아를 1094억원 순매도했다. 카카오와 LG생활건강을 각각 836억원, 806억원 팔았고, LG에너지솔루션(-753억원) 삼성SDI(-729억원) 포스코퓨처엠(-713억원) 등 2차전지주도 비중 축소 대상이었다.
코스피 주식을 덜어낸 연기금은 코스닥시장의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 2928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2차전지 분리막 제조기업인 더블유씨피(422억원)와 올해 1월 증시에 입성한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인 티이엠씨(296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한편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4월까지 8%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80조원에 이르렀던 손실을 만회했다.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4월까지 8.63%의 누적 잠정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운용 수익금은 7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손실액(79조6000억원)을 대부분 메운 것이다.
자산군별로 해외 주식 수익률이 14.72%로 가장 높았고 국내 주식(13.87%), 해외 채권(8.53%), 대체투자(6.24%), 국내 채권(3.58%) 순이었다. 해외 주식은 벤치마크 지수(MSCI ACWI) 대비 6%포인트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 역시 벤치마크인 코스피 상승률(11.86%)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았다.
[강민우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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