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특검의 추락 … 박영수 "국민께 심려끼쳐 죄송"

50억클럽 의혹 영장실질심사
알선수재 혐의 피의자 전락해
우리銀 이사회 의장 권한 이용
성남의뜰 참여 대가 200억약정
영향력 행사했나 질문에"없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를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호영 기자

대장동 특혜 개발과 관련한 '50억 클럽'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고검장을 지내고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으로 활약해 한때 국민적 칭송을 받던 그는 수재 혐의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 처지로 추락했다.

29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박 전 특검을 불러 그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했다.

박 전 특검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에 사실을 성실하고 진실하게 진술하겠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특검은 '주변인(대장동 민간업자들)은 혐의를 인정하는데 우리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하고는 법정으로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께 심사를 받고 나온 박 전 특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느냐' '재수사 전 휴대전화를 고의로 파기했느냐' '화천대유 고문료와 딸이 받은 돈은 무관한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서 청탁을 받고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유리하도록 당시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거액을 약속받고 실제로 이 중 8억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구속 사유 중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박 전 특검이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민간업자의 청탁, 청탁이 우리은행 내부에 전달된 과정, 여신의향서 제출 등 청탁의 실현, 민간업자들로부터 이익 수수, 약속 등 수사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관련자들 진술, 객관적 증거 자료를 가지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확인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2014년 성남의뜰과의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된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한 영장 심사도 같은 법원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같은 시간(오전 10시)에 심리할 예정이었으나 검찰 요청으로 오후 2시로 변경돼 진행됐다. 두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검사가 영장심사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두고 대장동 일당이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지분 참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용 1500억원짜리 여신의향서를 발급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장동 일당은 그 대가로 200억원 이상의 금품 등을 제공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실제로 2015년 1월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김씨와 남 변호사로부터 총 3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박 전 특검은 2015년 4월 초 대장동 업자들이 분양대행업자 이기성 씨를 통해 마련한 로비자금 5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특검은 이 돈을 다시 김씨에게 대여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5억원을 대여한 것을 나중에 50억원을 받기 위한 담보 차원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의 딸 박 모씨는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며 회사에서 대여금 11억원을 받고 이미 시세가 올라 있던 회사 소유 아파트를 분양가에 취득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에 대해서는 아직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의 딸이 수수한 금액의 성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