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도 '학생 골프 선수' 늘었다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6.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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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등록 선수 분석
8년 만에 2500명 돌파 유력
대중화·방과후 학교 큰역할
축구·야구 등 최근 감소 추세

직장인 이정훈 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3년째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프로골퍼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와 인성을 발달시키는 스포츠로 골프를 선택했고 대한체육회 선수 등록까지 마쳤다. 이처럼 태권도, 발레 등과 같이 골프를 놀이처럼 시작해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29일 매일경제신문이 2005년부터 19년간 대한체육회 골프 종목 등록 선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0년부터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등록된 학생 선수가 2497명으로 지난해보다 113명 늘었다. 하반기 3명 이상이 선수 등록을 마치면 2015년 이후 8년 만에 등록 선수 2500명을 돌파하게 된다.

최근 2년간 축구와 야구 등에서 학생 선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골프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2023명으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로 떨어졌던 등록된 학생 골프 선수는 2021년과 지난해를 거쳐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이 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국 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인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에 골프를 접하는 학생 선수가 많아진 가장 큰 이유는 골프 대중화다. 스크린 골프를 통해 이전과 다르게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사치스러운 스포츠가 아닌 온 가족이 즐기는 스포츠로 인식이 변한 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골프 인구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20~40대 골퍼가 크게 늘어나면서 아이들까지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하게 됐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가족 또는 직장 상사의 권유가 아닌 본인 의사로 골프를 시작하는 골퍼들이 많아진 뒤 학생 골프 선수도 함께 늘어났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인 만큼 태권도, 축구 등처럼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가르치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학생 골프 대회 분위기도 큰 영향을 끼쳤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성적에 목을 매는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어른들 눈치를 보는 학생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초등학교 골프연맹과 중·고등학교 골프연맹 등 아마추어 대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로골퍼를 지망하는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최근 몇 년간 대회장에서 아이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는 부모를 거의 보지 못했다. 이전과 다르게 프로골퍼로 성공시키기 위해 골프를 시키는 게 아니라 그런 것 같다"며 "미국처럼 취미로 골프를 하는데 경쟁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 위해 선수 등록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방과 후 학교 정식 종목으로 골프를 채택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골프에 관심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학 경희대 체육대학 교수는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학생 골프 선수가 꾸준히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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