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개발 추진에 상한가 쳤는데 3년째 무소식... 금감원, 이런 기업 잡아낸다
IT기기 부품 등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장원테크는 지난 2020년 9월 10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원테크가 의료용 백신 및 치료제 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고 공시한 까닭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방역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
장원테크는 같은 해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방역사업·백신 수입 및 공급업·의료용 백신 및 치료제 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하지만 이후 3년 치(2020년~2022년) 정기 보고서 그 어느 곳에서도 관련 사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인 2022년 사업보고서에 적힌 사업 내용, 주요제품 및 서비스 목록에는 장원테크의 ‘본업’인 전장 부품·IT 부품만 올라와 있다. 장원테크는 지난해 감사 의견 ‘한정’을 받으며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고, 지난 4월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반도체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티세미콘은 2020년 10월 8일 의료용 진단사업·백신류 및 관련된 진단제 개발, 제조,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밝히고 주가가 6% 넘게 올랐다. 같은 해 12월 임시 주총에서 이같은 내용을 정관에 추가했다.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후 사업 진척 상황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3월 에이티세미콘의 분기보고서에는 반도체 조립·검사 사업 부문의 생산 설비와 매출만 기록돼 있다.
에이티세미콘도 지난 5월 11일부터 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대표이사와 부사장 등 임직원 3명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광통신 장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우리넷은 2022년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플랫폼 개발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비트코인이 4만8000달러대까지 올라가며 2022년 최고가를 기록할 당시다. 이에 이날 우리넷은 전날보다 13% 가까이 올라 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후 우리넷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비트코인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없다. 지난 3월 분기보고서는 우리넷의 매출이 전송사업, 미술품사업 등에서만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신사업 진출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으면서 ‘일단 질러놓고 보는’ 식으로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하고 주가를 부양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행’하는 신사업의 업종만 시기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방역 관련 사업 추가가 많았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엔 블록체인 관련 사업, 최근엔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사업 등으로 업종만 변화하고 있다. 실체가 없거나 없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8일 금감원은 신사업 추진 경과 공시를 의무화하는 공시 서식 개정을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장사는 정기보고서(사업·분기·반기보고서)에 신사업개요, 추진현황,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향후 추진계획 등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사업 목적을 추가해놓고 일정 기간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뿐 아니라 향후 1년 이내 추진계획에 대해서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3년간(2021~2023년) 회사 정관에 신사업 목적을 추가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대상기간을 최근 3년간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이번 조치는 정기보고서 서식을 개정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정기보고서상의 작성 대상 기간은 3사업년도로 제한된다”면서 “사업연도 제한이 없다면 살펴봐야 하는 기간이 무제한으로 늘어나게 돼 부득이하게 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측은 “이번 조치로 주주와 투자자는 신사업의 진행 상황을 적시에 확인할 수 있고, 공시 강화를 통해 특정 테마에 편승한 허위 신사업 추진 등 불공정거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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