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난기류…EU 승인 또 연기

독과점 해소방안 답변 놓고
대한항공이 기한연장 요청
EU, 승인여부 2개월 연장
유럽항공사는 취항 소극적
제3의 국적사 찾기도 난항
연내 합병 결론 안날수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오는 8월 초로 예정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승인 여부 발표를 2개월여 뒤로 연기하기로 했다. 합병 후 예상되는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놓고 대한항공과 EC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법무부도 양사 합병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합병 여부 결론이 해를 넘기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C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이 같은 합병 심사 일정 변경 방침을 공지했다. 기한 연장은 대한항공 요청에 따른 조치다.

EC는 지난달 대한항공 측에 중간보고서 성격인 심사보고서(SO)를 전달하면서 "양사 합병 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합병 후 독과점 가능성을 해소할 방안을 담은 답변서를 이달 23일까지 제출하고, EC는 이를 검토해 오는 8월 3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해당 답변서 제출 기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EC가 이를 수용하면서 심사 결과 발표일도 늦춰졌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에나 승인 여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C와 심사 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다"며 "연장 기간 내에 EC와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유럽 노선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항공편 수는 유럽 항공사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 노선 운항 편수는 대한항공 주 7회, 아시아나항공 주 6회, 에어프랑스 주 7회다.

통합 대한항공이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더라도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긴 쉽지 않다. 유럽 항공사는 수익성을 이유로 한국행 운항편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다. 결국 유럽 노선 경쟁력을 갖춘 제3 국적항공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유럽으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국적사는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두 곳뿐이다. 일단 대한항공이 보유 항공기 일부를 이들 LCC에 대여해 유럽 노선 내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EC는 이 같은 안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U의 이번 연장 결정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불허로 가닥을 잡았다면 연장해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에 보완책을 마련할 시간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공식화하고 이듬해 1월 EC를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3개국 승인만 남은 상태다.

일본 당국에선 다음달 심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경쟁당국 승인 방식이 아니라 법무부가 독과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하면 합병에 제동이 걸린다.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면서 양사 합병 여부는 내년이 돼야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