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원래 계획은 우크라 접경서 러군 수뇌부 생포”

러 연방보안국에 계획 발각
‘플랜 B’로 모스크바 진격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킬 당시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러시아군 수뇌부를 생포하는 것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사전에 발각되며 모스크바 진격으로 방향을 틀었고, 반란마저 실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방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당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기습할 계획이었다. 이 두 사람이 지난 22~25일 이 일대를 찾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이 둘을 생포한 뒤 바그너 그룹에 대한 지휘권을 박탈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결정을 뒤집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방 정보당국은 전자신호 감청, 위성사진 분석 등으로 관련 동향을 사전에 파악했다. 바그너 그룹이 탄약과 연료를 준비하는 과정과 탱크와 장갑차의 이동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은 프리고진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프리고진이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군 지휘부를 우크라이나전 ‘졸전의 원흉’으로 비난한만큼, 프리고진 역시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키면 정규군 병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하기 이틀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이를 알게 되며 일이 틀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직속의 준군사조직인 러시아 국가근위대 지휘관 빅토르 졸로토프는 27일 현지 국영방송에 “프리고진 진영에서 이달 22∼25일 사이 시작될 반란 준비와 관련한 구체적 (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을 방문해 세르게이 멜리코프 공화국 정부 수장과 면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리고진은 결국 ‘플랜 B’로 모스크바로 진격할 수 밖에 없었다. 프리고진은 부대 일부를 모스크바로 보낸 뒤 자신은 벙커에서 상황을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이 진격하면서 저항을 별로 마주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프리고진의 기대처럼 정규군이 반란에 가담하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몇몇 미국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기대했던 도움이 현실화되지 않아 모스크바로의 행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군 관계자 중 몇몇이 내심 반란에 동조했을 수는 있다고 WSJ는 전했다.

결국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하루 만에 반란을 멈추고 벨라루스로 향했다. 바그너 그룹은 하루짜리 반란 끝에 와해됐다.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러시아군 내부에선 반란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숙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쇼이구 장관이 현재로선 안전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론 축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역시 지난 24일 이후 공개석상이나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