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의 축덕축톡] 부천FC엔 특별한 '12번째 선수'가 있다

서재원 기자 2023. 6. 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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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바스템 대표
年후원 6년새 100만원→7000만원
메인스폰서 됐지만 '시민구단' 지향
회사 유튜브 채널도 구단 영상 도배
"전용구장 생겨 많은 팬 유입됐으면"
김세영(오른쪽) 바스템 대표가 부천FC 홈경기 전 출전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부천FC1995
김세영(왼쪽) 바스템 대표가 부천FC를 응원하는 어린이 팬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부천FC1995
김세영(가운데) 바스템 대표가 조용익(왼쪽) 부천시장, 정해춘 부천FC 대표이사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부천FC1995
[서울경제]

잉글랜드 프로축구 왓퍼드FC는 영국의 팝가수 엘턴 존(76)의 팀으로 유명하다. 여섯 살 때부터 왓퍼드를 응원하던 그는 뮤지션으로 성공한 뒤인 1976년 클럽을 직접 인수해 구단주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구단을 운영했고 구단주에서 물러난 지금도 명예회장으로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에도 존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팀을 위해 돈과 열정을 쏟아붓는 팬이 있다. 바로 K리그2(2부) 소속 부천FC1995의 메인 스폰서인 욕실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바스템의 김세영(48) 대표다.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축구의 매력에 빠졌다는 김 대표에게 ‘부천’은 운명이었다. 사실 부천에 연고는 없다.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대학교까지 마친 뒤 첫 직장 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했다는 김 대표는 “당시에도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고시원에서 잠시 생활했다”며 “프로축구 경기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로 네 정거장 거리에 있는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처음 보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부천SK를 응원하게 된 김 대표는 K리그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했던 부천SK의 서포터스 헤르메스에서 20대 청춘을 바쳤다. 혈기 왕성했던 시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행복한 나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천SK가 2006년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발표하면서 응원하던 팀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천FC는 헤르메스가 주축이 돼 만든 축구단으로 2008년부터 K3리그(3부)에 참가해 2013년 K리그2에 입성했다.

“당시 같이 응원하던 동료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SK 본사 앞에서 연고 이전 반대 시위도 하고 열심히 목소리를 냈어요. 그런데 저는 직장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죠. 제가 지금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건 그분들의 노력 때문이에요. 너무 죄송했고 그것에 대한 죗값으로 지금이라도 후원을 결심했어요.”

바스템은 2017년부터 부천FC를 후원했다. 첫 후원 금액은 연 1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매년 조금씩 금액을 높인 결과 2019년부터 공식 스폰서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금액을 3배 이상 높인 7000만 원을 후원해 메인 스폰서로 승격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55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후원 금액이다.

김 대표의 부천FC를 향한 사랑은 회사의 공식 유튜브채널인 ‘바스템스튜디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의 공식 계정임에도 부천FC 관련 영상으로 도배돼 있다. 김 대표는 “원래 광고 영상을 올리던 계정이었는데 회사의 영상 편집팀장과 이야기하다가 ‘스폰서 계약기’를 올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빵 터졌다”며 “우리가 만든 셀프 광고라고 생각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부천FC 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팀 팬들도 저희 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해주신다.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꿈꾸는 바스템과 부천FC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도 존처럼 구단주가 되는 게 꿈일까. 김 대표는 “부천FC는 시민구단”이라고 못 박으면서 “메인 스폰서임에도 유니폼 정중앙이 아닌 엠블럼 위에 작게 기업 로고를 단 것도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는 부천시의 자리를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부천FC가 당장 승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신 팬들의 모든 바람인 축구전용구장이 생겨서 더 많은 팬이 유입되고 모두 즐길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부천FC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직에도 출마할 예정이라는 김 대표는 “나중에 이사장이 되는 것도 꿈”이라며 “시장님과 독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전용구장 건립을 더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14년 영업 경력도 살려 부천FC를 더 풍족한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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