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K푸드 열풍 잇는다…말레이에 첫 수출
인구 19억 이슬람 시장 교두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말레이시아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전날 밤늦게 청주에 있는 한우농장에서 4년4개월 만에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정에 긴급방역회의가 열렸을 정도로 긴박했다.
방역을 생각하면 출장을 취소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번 출장을 취소하면 7년간 공들인 말레이시아로의 한우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2016년 시작된 검역 협상과 할랄 인증을 무사히 마치고 한우 수출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게 출장의 목적이었다. 문제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말레이시아 측에서 수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구제역을 이유로 출장을 취소하면 오히려 말레이시아 정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정 장관은 정공법을 택했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농업식량안보부 장관 등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구제역 발생 관련 정보를 오히려 있는 그대로 상세히 제공했다.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한국 검역 시스템의 우수성을 적극 설파했다. "한국에 있는 모든 소는 태어난 순간부터 도축돼 판매될 때까지 모든 이력이 디지털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로 수출되는 한우고기에는 그런 정보가 담긴 QR코드가 부착됩니다."
정 장관의 솔직한 설명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화답했다. 한우고기 3마리분을 시범적으로 수입해 운송·검역·통관에 대한 실증을 마친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한우 수입을 허용하는 공식 서한을 우리 정부로 보내왔다.
농식품부는 29일 인천항에서 말레이시아로 정식 수출되는 한우의 선적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수출되는 물량은 10마리 분량의 한우고기다.
이날 수출을 계기로 앞으로 3개월간 한우고기 75마리 분량이 말레이시아로 추가 수출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3년간 한우고기 7500마리 분량이 말레이시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한우에 대한 검역 협상이 완료된 곳은 홍콩, 마카오, 아랍에미리트(UAE), 캄보디아 등 5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 수출을 계기로 UAE, 인도네시아 등 19억 인구를 지닌 이슬람 국가로의 수출을 본격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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