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사망사고 신림동 다시 가보니 “아직도 비 걱정”···영업 중단·하천통제까지 ‘물난리 비상’

윤기은·김송이 기자 2023. 6. 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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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29일 지난해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29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있는 봉제공장으로 들어서는 다세대주택 공동현관문 앞에는 수해예방용 물막이판이 준비돼 있었다. 침수에 대비해 가로 약 1.3m, 세로 약 40cm의 물막이판을 꺼내놨다는 공장장 윤성옥씨(50)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작년에 물이 여기까지 찼다니까요. 이거(물막이판)보다 높았어요. 판매용 옷도 또 침수될까봐 책상 위에 올려놨잖아요.”

이날 오전 수도권 전역에 내린 많은 비로 침수 피해 신고가 곳곳에서 접수됐다. 누수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택배 배송이 지연되는 일도 생겼다. 지난해 8월 폭우 때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신림동 빌라촌 일대 반지하 주민들은 같은 일이 반복될까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장소와 40m 떨어진 봉제공장에서 만난 윤씨는 폭우 예보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지난해 공장이 침수돼 두 달 동안 장사를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으로 납품할 옷, 에어컨, TV, 장판 등 각종 집기류가 젖어 3억7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봤다고 했다. 그나마 올해에는 구청으로부터 물막이판을 제공받았지만, 지상 바닥과 40cm 떨어진 환풍구를 통한 누수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근 동작구 봉제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장장 한기천씨(67)는 지난해 반지하 공장이 물에 잠겼다고 했다. “다음날 출근하니까 발 내딛으면 ‘첨벙’ 할 정도로 물이 차 있는 거예요. 그나마 관악구에는 높은 사람들 왔다 가서 보상이라도 해줬지, 우리는 길 하나 건너 차이로 구가 달라져서 보상받은 게 없었어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신림동 일부 반지하 가구 창문과 주택 입구에는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었다. 지난해 8월 폭우 폭우 때보다 강수량이 적어 침수된 곳은 없었지만, 여전히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곳도 있었다. 지난해 사망 사고가 일어난 다세대주택에는 각 가구와 연결된 인터넷 전선이 한데 꼬여 있었고, 전선뭉치는 바닥에서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채 벽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지하주차장 입구와 반지하 창문은 별도 방수 조치 없이 열려 있었다. 옆에 있던 다세대주택에는 에어컨 실외기 5대가 바닥에 놓여 있었고, 배수로는 마련되지 않았다. 반지하 창문과 지상 바닥이 불과 20~30cm 떨어져 있는 집도 보였다.

29일 지난해 침수 사망사고가 났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벽면에 인터넷 전선이 매달려 있다. 윤기은 기자
29일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앞에 에어컨 실외기가 바닥에 놓여 있다. 윤기은 기자

소방당국은 이날 동작구 상도동, 서대문구 연희동 등 소재 주택에 빗물이 역류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남산1호터널 한남대교 인근, 강남구 역삼동 등에서도 도로가 물에 잠겼다.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는 ‘누수로 인한 전기 문제로 문 닫아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었다. 택배 배송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오후 5시 기준으로 인천과 강화, 군산, 부안 등에 우천으로 인한 일시적인 배송 지연이 있었다”며 “기상이 좋아지면 배송을 재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폭우 때문에 회사 천장에 물 새서 물 치우고 있다” “강남역에서 무사히 퇴근할 수 있을까” 등 반응이 올라왔다.

지자체도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행안부는 안전 안내 문자로 “전국에 많은 비가 오리라 예상된다”며 침수·하천 범람을 조심하고 위험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서울시도 “기상정보를 미리 확인해 대비해 달라”고 알렸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에 있는 27개 하천의 출입을 통제하고, 양천구 목동 등 4곳의 빗물펌프장을 가동했다.

이날 수도권에는 시간당 30∼60㎜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오후 4시10분 호우주의보를 해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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