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당일 러 탈출한 엘리트들
"성난 푸틴에 제거될라"
러 내부 균열 더 깊어져
민간항공권 값 4배 급등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켰던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정치·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엘리트 중 일부가 전용기로 모스크바를 탈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 이후 23년 만에 반란이 발생한 데 대해 러시아 상류층이 받은 충격이 컸다는 점과 지도그룹 내부 균열 역시 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8일 로이터는 비행 트래킹(추적) 데이터를 통해 러시아 엘리트 최소 3명과 연관이 있는 전용기가 반란 당일인 24일 황급히 수도 모스크바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 주요 기업인 2명과 고위 정부 관료 1명으로 추정된다. 드미트리 구세프 러시아 의회 부의장은 최근 관련 항공기관에 이들 신상을 공개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푸틴 체제에서도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러시아 엘리트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로이터가 접촉한 엘리트 10여 명은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반란은 끝났지만 푸틴 대통령을 향한 불신 등 후폭풍도 상당하다. 한 엘리트는 블룸버그에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를 마무리 짓는 과정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할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고위 소식통은 "누구나 마음먹으면 반란을 통해 러시아 전체를 구겨놓을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엘리트의 모스크바 탈출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고위 소식통은 "적지 않은 수가 가족을 모스크바에서 탈출시킬 계획을 서둘러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엘리트 사이 분위기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내부 균열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숙청' 공포도 엘리트가 러시아를 탈출하려 하는 이유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최측근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굴욕감과 분노 때문에 자신들에 대한 충성심 검증에 나서고,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제거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고위층은 "푸틴 대통령은 누가 자신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란 당일 서민들도 모스크바를 뜨려고 했다. 모스크바에서 빠져나가는 항공편 수요가 반란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급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매진됐다.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가는 항공권 가격은 반란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과 비교해 4배 급등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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