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피의 숙청 속도전 … 반란 연루설 '아마겟돈 장군' 체포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3. 6.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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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사태 가담 가능성
러軍 강경파 수로비킨 구금
총참모장도 행적 묘연해져
동조자 색출해 권력 누수 차단
푸틴, 용병사업 이권 지키려
바그너 아프리카 조직 접수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지낸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통합부사령관(대장·사진)을 바그너 반란과 관련된 혐의로 체포·구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바그너그룹 반란 사태가 진정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책임자 색출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신문 모스크바타임스는 수로비킨 대장을 바그너 반란 관련으로 체포·구금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로비킨 대장은 반란 기간에 예브게니 프리고진 편을 택했다"며 "그의 체포는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와 관련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유명 친러 군사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도 "수로비킨 대장이 바그너 반란이 수습된 다음날인 25일 구금됐다"고 주장하는 등 수로비킨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군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수로비킨 대장은 무자비한 군사작전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일컫는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린다.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기도 한 그는 작년 10월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맡았다가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게 밀려 통합부사령관으로 사실상 강등된 인물이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이 지지한 거의 유일한 군 고위 인사로, 이번 군사반란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그가 군사반란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욕타임스(NYT)발 보도도 그의 체포에 힘을 싣는다.

수로비킨 외에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지난 24일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공개석상이나 국영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국방부 보도 자료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글라스를 낀 채 러시아 북캅카스 연방관구에 속해 있는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시의 나린칼라 요새를 둘러보고 있다. 국민 통합 행보에 나서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ASS 연합뉴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권력 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해 반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군 내부 인사를 숙청하는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러시아 국방부 공보관이 운영하는 친정부 성향 러시아 군사 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사실상 숙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리바리는 "일부 부대가 반란 초기 단계에 바그너 전사들을 막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반란을 진압하는 데 '결단력 부족'을 보인 것으로 간주되는 군인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행적에 관한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로비킨은 실제 반란과 직접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로비킨은 반란 사태 이후 프리고진에게 군사행동을 중지하라고 촉구한 최초의 고위 사령관이었으며, 그의 부대는 러시아군에서 유일하게 바그너그룹에 공격을 가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프리고진과 선을 긋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의 목표에 동조했을 수도 있지만 반란을 지지하거나 연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러 국방부 역시 수로비킨이 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NYT 보도에 "근거 없는 루머"라고 반박하고 있어 사태 규명에는 이론의 여지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수장을 잃은 바그너그룹이 과거 세계 곳곳에 구축한 용병사업 네트워크를 접수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시리아와 바그너그룹의 주요 활동 국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정부에 바그너그룹의 용병사업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러시아는 반란 사태 이후 바그너그룹 장비를 인수하는 등 국방부 산하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러 당국은 바그너그룹이 그간 주요 활동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입과 이를 지렛대 삼아 행사해온 영향력 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와 중동 각국 정부에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 등 각종 이권을 챙기는 동시에 이들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WSJ는 "바그너 회사들이 아프리카에서 연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 특사를 지낸 존 피터 팸은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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