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사 작가들 "공익적 프로그램 위협" 수신료 분리징수 우려

"광고주 외면 받더라도 대변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 있어…비판과 토론 통해 공영방송 역할하게 해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MBC·SBS·EBS에서 시사·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작가들이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각 방송사에서 일하는 작가들이 뜻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방송 4사의 해당 작가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단순히 수신료 징수 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탱하는 공적 재원을 흔드는 일”이라며 “공영방송은 권력의 통제와 자본의 지배로부터 독립해 사회적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자 제도다.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체 왜 방송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인 공영방송의 재원을 틀어쥐려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작가들은 특히 “공영방송이 아니라면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장의 시청률에 목매지 않고 장기적인 기획으로 만드는 명품 다큐멘터리,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시사 프로그램, 높은 제작비나 대단한 유명인 없이도 정보와 위안을 제공하는 교양 프로그램.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공익적 프로그램들이지만 공영방송이 공적 재원을 잃고 상업화되면 가장 먼저 위협받게 될 프로그램들”이라며 “세상에는 광고주에게 외면 받더라도 누군가 대변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고 했다.

“공영방송이 해야 할 일은 넷플릭스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자본의 논리와 권력의 간섭에 맞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작가들은 또한 수신료 분리징수가 추진되는 절차를 두고서도 “수신료 징수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시행령 하나로 공영방송이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은 비극”이라며 “누군가 공정성에 의심을 품는다 하더라도 비판과 토론을 통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재원을 흔들어 공영방송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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