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세대 갈등

2023. 6.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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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 옆 딸아이의 화장품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다 컸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아무것도 안 발라도 이쁜데"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약자인 아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미소로 바라보기만 한다. 미용 시술을 상담 중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도한 시술을 원할 때 이런 말로 설득하곤 한다. "길거리에 화장 심하게 한 어린 친구들 보셨죠? 이뻐 보이던가요?" 십 중 십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웃기죠." "지금은 원하는 대로 시술하고 싶겠지만 몇 년만 지나도 후회하고 다시 돌리려 할 거예요. 하지 마세요." 나름 논리적인 설득이라고 생각하고 으쓱하지만 다른 병원에서 하고 싶어하던 시술을 받고 다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하고 싶은 것은 직접 해보고 궁금증을 해소하길 원한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데 주변의 만류로 못 하게 되면 더 큰 후회로 남는 것 같다. 하물며 딸아이에게 훈수를 두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이 알고 있는 진리일 것이다.

왜 자식들은 부모 마음을 몰라주는 걸까? 나는 다 해보고 실수하고 얻은, 나름 양질의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 모든 정답이 내 부모에게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은 다른 길을 찾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하긴 그런 도전 정신이 없고 위 세대가 시키는 대로만 한다면 인류 역사가 역동적일 리가 없긴 하다. 게다가 사회의 구성, 규칙, 성격들이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불과 10년 전의 상식이 들어맞기도 쉽지는 않다. 열심히 일하면 월세, 전세, 자가주택 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는 소득 대비 많은 지출을 하는 세대를 이해할 수 없고, 대부분의 업무와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IT로 편리하게 관리하는 세대는 수첩을 들고 일일이 발로 뛰어다니며 마무리 짓는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

이 두 집단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젊은이들의 입장에선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위 세대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을 친절히 설명해주면 되지만, 위 세대가 젊은이들에게 현실의 해법으로 좋은 직장과 경제적 안정을 주는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농업 수렵이 산업의 전부였던 나름 평등한(?) 시대에서 산업혁명으로 경제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고 지배 역할을 하는 집단의 사다리가 점점 좁아지며 고착된 현재의 물질적 풍요는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먹고살 만해졌다. 하지만 미래의 안정을 담보받지 못한다. 위 세대는 사다리를 이용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거라고 믿고 있지만 젊은 세대는 탁월한 일부를 제외하고 위 세대의 노력만큼으로 그 정도 결과를 얻기 힘들다.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같으나 사회에서 보장된 자리가 한정돼 있다. 강남 아파트, 비싼 차,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삶 등 모든 이가 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다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는 조언은 비록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지만 꼰대의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에게 조언하려는 꼰대들은 과거의 무용담이 아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화장으로 인싸가 되고 싶은 딸에게 나중에 이불 킥을 할 것이라는 훈계보다 화장법에 대한 유튜브를 같이 보는 것이 딸과 화합하는 길이다.

[나공찬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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