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만원 넘는데 제 값 못하는 ‘영유’… 학부모 불만 1위는?

신지인 기자 2023. 6. 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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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송파구 학원 밀집지역에 영어유치원과 학원 버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싼 돈 내고 보냈더니 선생님은 영어권 원어민도 아니었고, 아들이 다쳐서 왔는데 CCTV 보여줄 의무도 없다네요.”

일명 ‘영유(영어유치원)’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지만, 높은 교습비에 비해 학부모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치원이 아닌 유아 대상 어학 학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유아교육법이 아닌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제도 사각지대를 이용한 불법 운영도 활개치고 있다.

29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영어 학원 학부모 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학부모 중 “현재 보내는 영유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한 이들이 76.2%(48건)나 됐다.

영어 유치원에서 보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교재, 미국 교과서는 권당 십만 원이 넘는다. /연합뉴스

◇영어 못하는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

학원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사전 검증 안 된 선생님”(70%, 35건)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영유’는 유아교육법이 아닌 학원법을 따른다. 학원법 제13조에 따라 학원에서 외국인강사를 채용하려면, 강사로부터 범죄경력조회서, 건강진단서(마약검사), 학력증명서 등을 받아 검증해야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시행한 특별점검에서 강사채용과 관련한 불법사항을 19건 적발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영어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김모(36)씨는 “입학 때 원장이 PPT로 잠깐 강사 프로필을 소개해준 것이 다였다”며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교육청에서 강사에 대한 자질 검사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해진 기준 있어도… “원복‧교재비 추가로 내라”

또 다른 불만으로는 “교습비 기준 정했지만, 추가비용으로 사실상 무한대”(40%, 25건)라는 것이었다. 교습비는 각 교육지원청의 ‘유아 외국어 교습비’ 기준에 따르게 되어있다. 강남‧서초 지역의 유아대상 영어학원 교습비 기준은 1분에 266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루 4시간씩, 한 달 20일 기준으로 한 달 교습비는 127만 원수 준이다. 강북지원청 90만2400원, 서부지원청 89만7600원 등 서울 평균은 한달 90만원이다.

문제는 각 지원청이 정해준 교습비 이외에도 입학금이나 셔틀차량 운행비, 교재비, 원복비 등의 명목으로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따르면 “영유에 지출하는 모든 비용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월 150만~200만원’이라고 답한 비율이 60%(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200만~250만원(16%, 8건)’이었다.

설문을 진행한 새변의 김지연 변호사는 “고액의 교습비를 받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들이 정작 강사 자격 요건이나 교육 내용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학원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기보단, 비싼 교습비만큼 정부의 관리감독도 엄격히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싼 돈 내고 범죄 노출 우려까지

지난달 인천 연수구의 한 영어 학원은 원생이 대규모로 그만두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19일 학원 관계자 A씨는 모르는 번호로 “자식 청부살인 당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하시죠”라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 학원이 ‘무허가’ 운영을 하는 것으로 의심한 교육청이 감사를 진행했고, A씨가 감사를 신청했다고 오해한 학원 운전 기사가 전화를 건 것이다. 경찰은 협박죄 등 혐의로 해당 운전기사를 지난달 26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해당 학원에 다니는 원생 80%가 환불을 요구하고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부모 김모(40)씨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학원 측에서는 사과 한마디도 없었고, 해당 기사를 사직처리 했다는 공지만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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