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유 상실”···의협, ‘의대 정원 수요자 의견 수렴’ 정부 방침에 반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9일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다시 충돌했다. 정원 확대를 법정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정부 방침이 문제였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12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모두발언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보건의료기본법 제8조는 ‘국가와 지자체는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시행하려면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국민 참여를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 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 정책 대안 마련은 국민 건강 증진·보호와 관련한 중요한 정책 결정 사안이므로 보건의료정책상 법정 기구인 보정심을 통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정책관은 또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도 계속 병행하면서 의료계 의견도 충실히 수렴해 정책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광래 의협 인천의사회 회장은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의협과 회원 모두에게 큰 상실감과 좌절을 느끼게 한다”며 “의료현안협의체와 사회적 합의체(보정심) 결정이 서로 배치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존재 이유를 상실한 의료현안협의체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와 협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정심 중심의 논의를 언급했다. 그러자 의협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2022년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버린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정부와 의협은 이날 회의에서 의사인력 확충 규모에 대해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료인력 추계에 대해선) 논의된 게 없고 정부와 의협이 앞으로 일주일간 냉각기를 갖고 각자 연구를 더 해서 회의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선 국책연구원과 의협 측 전문가들이 각각 나서 인력 수급 추계에 대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다음 회의인 제13차 의료현안협의체는 다음 달 13일 오후 3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271540001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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