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제품으로 돌파' 반도체 승부수···"내년 영업익 20조" 전망까지
<2>SK그룹-체질 바꾸는 SK하이닉스
업황 침체에도 미래 투자 지속
AI·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대응
차세대 D램 'HBM' 'DDR5' 등
고부가 제품 전환, 수익 극대화
"흑자후 임금인상" 노사도 힘합쳐
반도체 시장의 길었던 ‘다운사이클(하강 국면)’이 어느덧 끝자락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그사이 특히 심각한 손실을 입고 주춤했던 것처럼 보였던 SK하이닉스(000660)는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 제품 중심으로 혹독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등 첨단 정보기술(IT) 시대에 최적화한 차세대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시선도 확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영업이익이 2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HBM, DDR5···고성능 제품으로 시장 반전=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차세대 주력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라인 증설에 나설 방침이다. 업황 반등을 앞당길 핵심 키워드인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최첨단 시장을 선점해 중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우위를 이루기 위해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높인 제품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로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유일하게 4세대(HBM3) 제품을 양산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PU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대량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직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기존 D램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점유율에서 5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여기서 더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올해 53%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력 고성능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의 수요까지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DR5에서도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서버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128GB DDR5는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평균치(컨센서스)는 5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10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적 전망을 높여 잡는 증권사들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20조 원에 육박하는 19조 2000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NH투자증권)도 나왔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사상 최대 영업이익(20조 8438억 원)을 기록했던 2018년에 근접한다.
◇최악 위기에서도 ‘미래 투자’···기술 우위 확보=반도체 위기로 인한 골이 경쟁사들에 비해 깊었지만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을 통해 시장 반등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종 설비투자를 줄이면서도 첨단 메모리 개발을 위한 핵심 투자는 계속 유지해 왔다. 4월 2조 2377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시 발 빠른 투자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HBM3·DDR5 등 최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 또한 수익성을 극대화해 줄 묘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리다매’가 불가피한 기존 D램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대체한다는 전략은 시장의 주도권을 공급 업체가 쥘 수 있을뿐더러 기술력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22~2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연 ‘SK 글로벌 포럼’을 통해 최첨단 기술력을 소개하는 등 핵심 고객사들에 이 같은 노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노사의 상생 의지도 의미가 컸다. SK하이닉스 노사는 2023년도 임금 교섭에서 총 4.5% 임금 인상에 잠정 합의했는데 인상 금액을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에 지급하는 ‘임금인상분 지급 이연 방식’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크고 가격 결정권을 쥐기 어려운 반도체 공급 업체로서는 고부가·첨단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 조짐까지 더해지면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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