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간첩과 빨갱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빨갱이·간첩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 4년 전엔 아예 '빨갱이정권'이라 했다. 이것도 심했는데, 이젠 현 정부 인사가 '문재인은 간첩'이라고까지 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지만 이 정도면 선을 한참 넘었다.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주적 표현을 삭제했다고 해서, 김정은을 '매우 솔직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칭송했다고 해서, 월북몰이에 귀순 어민 강제북송을 했다고 해서, 임기 내내 북정권에 굴종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을 '간첩'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문 전 대통령도 '간첩' 빌미를 주는 무책임한 행보를 멈춰야 한다. 6·25 추념일에 '한국전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1950 미중전쟁' 책을 추천한 것까지 실드를 쳐주긴 힘들다. 한국전은 적화 야욕에 불탄 김일성이 스탈린과 모택동의 윤허를 받아 일으킨 반인륜적 전쟁범죄다. 이게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미·중 대리전으로 본말을 전도시키는 시도 자체가 전범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거다.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며 참전을 정당화하는 억지 논리에 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맞장구를 치는 건지 이해 불가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다 산화한 전몰장병들이 무덤에서 뛰쳐나오고, 참전 유공자들의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이런 뒤틀린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5년간 국군통수권자였다. 참담한 일이다. 무엇보다 6·25날에 호국영령들을 모독하는 책 추천사를 올린 의도가 뭔가. 이 정도면 퇴임해서까지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어그로를 끄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사선 석학 앨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그를 돌팔이로 매도한 과학 문외한 이재명에게 "과학 좀 공부하라"고 점잖게 타일렀다. 무지를 떨치려면 배워야 한다. 문 전 대통령님 '역사 좀 공부하세요'.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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